“작은 교회가 사회를 정화시키죠”
11년만에 다시 분가하는 강남향란교회 김경호 목사
“교회는 삶과 결합된 작은 공동체가 바람직하다. 그러면 신자들끼리 서로 인격을 충분히 알고 대표를 뽑기에 그들은 사회가 잘못 가고 있을 때 개인적 이해관계 없이 지적할 수 있다. 그래야 교회가 사회를 정화시킬 것이 아닌가.”
서울 향린교회(명동)에서 강남향린교회로 분가한 지 11년 만에 다시 들꽃향린교회로 분가를 준비중인 김경호(48) 목사. 지난 11일 지하철 5호선 천호역 1번출구 입구 건물 3층에서 김 목사는 막 임대계약을 끝내고 기도 중이었다. 21일 첫 분가예배를 드릴 공간은 25평 남짓으로 아직 텅 비어 있었다.
향린교회 설립자인 신학자 고 안병무 박사가 노자의 말을 빌려 자주 했다는 ‘공을 세우되 거기 머물지 마라’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인 때문일까. 주일 출석 교인이 120명으로 늘고 지난해 93평 땅에 작은 교회 건물도 지어 자립한 강남향린교회를 다시 떠나 이 비좁은 빈 공간에 와 있으면서도 그의 얼굴엔 여유가 묻어난다. 그가 남들이 꺼리는 분가 개척을 자원한 것은 교회의 건강성을 지키려는 바람 때문이다.
“왜 대형교회들이 도덕성을 잃고 기득권의 수호자가 되어 시청 앞으로 뛰쳐나가겠는가. 같은 교회 신자들끼리도 누가 누군지 모른 상태에서 사회 저명인사들을 대표로 뽑기 때문이다. 사회 헤게모니가 교회로 그대로 옮겨져 그들이 사회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방어하는 데 교회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끌던 강남향린교회는 ‘작지만 큰’ 교회였다. 그와 평신도들이 중심이 돼 위례시민연대를 꾸려 지역 의정감시 활동을 펼쳤다. 또 1999년 화재로 집이 모두 타버린 송파 화훼마을 주민들과 기독교회관에서 농성을 벌여 117가구를 복구하고 주소지도 되찾았다. 비닐하우스촌인 송파구 문정동 개미마을엔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를 만들었다. 들꽃향린교회가 강남향린교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분가하는 이유도 이런 시민·봉사활동을 계속 함께하기 위해서다.
그의 바람은 이제 크리스천들이 ‘작지만 건강한 교회’들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한국 교회들의 문제를 푸념만 하기보다는 건강한 교회들을 키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건전한 생각을 가진 이들도 결국 대형교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건강함을 잃어버린 ‘기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크리스천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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