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회 만들기
낮은 곳으로 임하며 섬기고 섬기면 행복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지하철 7호선 학동역 부근. 번쩍번쩍하는 새건물 새집이 많은 거리에서 서울영동교회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빨간 벽돌의 허름한 3층 건물이지만 주일 출석신자가 1300명도 넘는 큰 교회다. 이 부근이 허허벌판이던 1976년 지어진 그대로다. 서울 강남의 대형 교회인데도 건물이 이처럼 낡은 것은 헌금이 적어서라기보다는 1년 예산 20억여원의 절반 가량을 자신들보다는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쓰기 때문이다.
별도의 담임목사 방조차 없는 교회에서 정현구(45) 목사는 7일 유치부 어린이들이 성경공부를 하는 방에서 기자를 맞는다. 마치 새색시처럼 조용한 인상이다. 하지만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그의 설교 내용은 올바른 삶의 가치에 대한 확신에 넘쳤다.
“교회에서 아무리 기도를 열심히 하고, 절에 가서 아무리 시주를 많이 해도 기복적 신앙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지요.”
“부자=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바꿈으로써 행복해지는것”
장애우·결핵환자·캄보디아 고아…
교인들 너도나도 사랑의 봉사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나눔체 봉사정신 몸소 실천
정 목사는 “부자가 되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바꿈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소유해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신 앞에 ‘존재’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나누고 섬기지 않을 리 없고, 나누고 섬기는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을 리 없다.
“섬기는 게 정말 행복해지는 일이냐고요? 해보지 않으면 경험하기 어렵죠.”
그것을 증명해주는 게 이 교회 사랑부다. 주일뿐 아니라 매주 토요일 지체장애우 60여명을 데려와 신자들이 함께 놀아주고 시내 구경을 다닌다. 지체장애우들은 봉사자가 한 명씩밖에 돌볼 수 없다. 사랑부 선생님만 70명. 이들 모두 이 교회 교인들이다. 너도나도 앞 다투어 교인들이 이 사랑부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우 부모 등 가족들이 너무 지쳐 있어 잠시라도 도우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우리 교회 교인들이 더 기뻐하지요.”
이 교회는 또 서울 청량리에 결핵환자들이 사는 베데스다마을에 가서 환자들을 씻기고 먹이고, 캄보디아의 고아들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봉사와 자선에 앞장선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예산을 배정하는 자세야말로 이 교회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이 교회는 연초에 예산 배정을 확정하지 않는다. 교회가 필요한 것 다 하고 남은 것으로 남을 돕기보다는 외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교회의 쓰임새를 줄여서라도 그때 그때 도와야 한다는 게 이 교회의 생각이다.
손봉호(동덕여대 총장) 장로 등이 중심이 돼 설립된 이 교회는 어느 교회보다 평신자들의 역할이 크다. 외부지원 심사위원회도 집사들의 모임인 재직회 중심으로 꾸려지고, 위원장도 담임목사가 아닌 한 장로가 맡는다. ‘사랑의 관계학교’, ‘아버지 학교’, ‘중년 여성학교’ 등 평신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어 신자들의 만족감이 아주 높다.
교회 앞에서 부인, 두 딸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정 목사는 “평신자의 입김이 센 교회여서 목사는 혹 불행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섬기는 리더십’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라며 웃었다.
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