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 ‘숨·빛’의 향기 세상 전파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그리스도의 영이여 오소서/성령이여 해방의 영이여/우리 숨결에 언제나 함께 하소서….’
서울 도봉구 지하철 1호선 창동역 입구의 문화광장 앞 다모아빌딩 7층. 출석 교인이 100여명인 자그만 은명교회의 주일 예배는 <우리 숨결에 언제나>란 찬송 연주가 조용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묵상으로 시작된다. 이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예배당의 불이 모두 꺼지면서 신도들은 세속적인 욕망의 불도 함께 끄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에 참여하는 마음이 된다. 이어 ‘회개의 사죄’의 내용을 담은 성가대의 찬송 뒤에 촛불이 예배당을 밝히기 시작한다.
마태복음 22장 계명따라 100명 신도의 둥지 개척
영적각성 바라는 관성기도…수요예배 통해 빛의 삶으로
그늘에 가린 무거운 짐진 자, 한푼두푼 헌금 홀로서기 도와
‘숨빛’을 나누는 은명교회의 예배는 이렇게 남다르다. 1996년 이 교회를 개척한 이민재 목사(48)는 예배 안에서 ‘숨빛’의 향기를 전하려 한다. ‘숨과 빛’이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마태복음 22장의 계명을 이 목사가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하나님이 준 생명인 ‘숨’은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를 깊게 하는 것이며, ‘빛’은 이웃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넓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숨의 삶’, 즉 ‘하나님 사랑’이 그리스도인의 ‘속삶’이라면, ‘빛의 삶’, 즉 ‘이웃 사랑’은 그리스도인의 ‘겉삶’인데, 겉삶이 향기로우려면 속삶이 알차야한다고 믿는다.
기도와 말씀, 찬양 외에도 요즘 이 목사와 신도들의 속삶을 변화시키는 게 관상기도다. 자신의 현실적 욕구만을 통성으로 간구하며 점점 욕심쟁이가 되어가는 기도에서 벗어나 영적 각성을 통해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싶었던 이 목사가 4년 전 만난 게 관상기도였다. 매일 2번의 관상기도를 통해 스스로 변화를 체험한 이 목사는 3년 전부터 신도들에게도 이를 권해 지금은 매일 새벽기도 때마다 목사의 설교를 줄이는 대신 관상기도를 늘려 직접 침묵 속에 머물며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많은 개척교회들과 다름없이 은명교회도 신도들 간의 갈등으로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는데, 이 관상기도가 깊어가면서 갈등하는 에너지가 온유한 에너지로 변형되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비로소 고요하면서도 내면을 변화시키는 관상기도의 위력을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숨의 삶’은 매주 수요일 밤 ‘숨빛찬양예배’를 통해 ‘빛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날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한 사람의 사연이 ‘절반 이야기’로 소개된다. 지난번 335번째 ‘절반 이야기’는 뼈가 자라지 않는 한 아이의 아픈 사연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신도들은 헌금해 그를 돕고 그를 위해 기도한다. 또 매달 한 번은 ‘나눔 콘서트’를 열어 작은 온정들을 모아 전달한다. 매주 금요일 모이는 속회(구역)예배에서도 조금씩 돈을 모아 개인과 단체를 후원한다. 기도회를 열어도 수십만원 모이기가 쉽지 않을 만큼 교회는 가난하지만, 이 지역은 서울시내에서도 장애인이 가장 많은 등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숨은 더욱 깊어지고, 빛이 더욱 밝아질 수 밖에 없는지 모른다.
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