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먹고 공부하세요”
강남교회 송태근 목사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청년 실업난이 심해질수록 청년들이 더욱 많이 몰려드는 곳이다. 붐비는 학원과 좁디 좁은 고시원에서 씨름하는 청년들의 90% 가량이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벌이가 없이 학원비와 생활비를 부모 형제에게 의지하는 처지다. 그러니 죽도록 공부하면서도 먹는 것은 부실하고, 아침식사는 거르기 일쑤다.
그런 이들에게 밥이 된 교회가 있다. 강남교회다. 학원가에 있는 이 교회가 청년들에게 아침 밥을 먹이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막 교회 건축을 마친 뒤였다. 교회를 지으며 생긴 빚 32억원으로 다달이 5천만원을 이자로 내야 했기에 강남교회가 남을 도울 형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회는 건물 신축 뒤 곧 바로 이런 구제사업을 하기로 다짐한 터였다. 아침을 제공하자 끼니를 거르던 지방 청년 200여 명이 이곳에 와서 배를 채웠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이곳에서 새벽밥을 먹고 취직한 청년들이 취직한 뒤 첫 월급을 교회에 보내오기 시작한 거예요. ‘서울 천지에서 우리에게 밥 한 술 주는 이가 없었는데, 이 밥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이 일을 추진한 담임 송태근 목사(49)에게도 그것은 뜻밖이었다. 그렇게 보내온 돈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했기에 교회 재정이 들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 교회에 다니건 안 다니건, 또 기독교 신자이건 아니건 누구나 와서 아침을 먹게 하지요.”
새벽밥 먹은 취업준비생 취직뒤 첫 월급 교회 보내
“목사와 장로·권사 등은 계급이 아닌 기능일 뿐”
어찌 보면 송 목사의 이렇게 ‘주는 마음’이 ‘오는 마음’을 불렀는지 모른다. 실제 10년 전 그가 부임할 때 900명이던 교인은 지금 3천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강남교회는 올해로 설립 51돌을 맞았다. 그가 올 때 강남교회는 “초로 현상”으로 교인들이 지쳐가고 있었다. 교회는 1년 넘게 지속된 내홍으로 담임 목사조차 없었다. 조직은 경직되고, 장로니 권사니 하는 직분은 계급으로 인식됐다.
“목사와 장로, 권사, 집사 등 직분은 계급이 아니고 기능일 뿐이지요.”
목회자와 직분자의 권위가 한국 교회를 불량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목회자의 경조사 때 받는 축의금, 양복 등과 같은 금품이나 선물을 모두 없앴다.
“그런 것들은 목사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지요.”
송 목사는 대신 목사와 장로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는 등 직분을 가진 이들이 솔선수범하는 교회를 만들었다. 목사와 직분자들이 섬기는 교회는 이렇게 만들어져갔다.
이들이 학원생들과 평신도만큼 소중하게 섬기는 이들이 바로 장애아들이다. 선교원 유아 170명 가운데 10%가 장애아들이다. 이 선교원은 처음부터 비장애아, 장애아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지내도록 한다. 이런 삶을 통해 비장애아들은 ‘섬김을 통해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배워 더 큰 축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덟살에 아버지를 여읜 4남매의 장남으로서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2번이나 중퇴하며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송 목사는 “불우한 사람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글·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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