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자택의 허병섭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빈민의 대부이자 녹색대학 설립자였던 허병섭 목사(1941~2012) 11주기 추모식이 24일 오전 11시30분 경남 함양군 백전면 온배움터(구 녹색대학교)에서 열린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민주화운동과 빈민운동, 생명운동에 헌신한 허 목사가 마지막 삶터인 온배움터에서 열정을 바치며 썼던 글들과 후배들의 추모글들을 모아 펴낸 <두레박이고싶습니다>(개마고원 펴냄) 출판기념회가 동시에 열린다. 온배움터와 관련이 있는 인사 30여명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허 목사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한신대 대학원을 마치고 목사가 된 후 1976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동월교회를 설립했고 1990년 목사직을 반납한 후 건설노동자들과 ‘일꾼 두레’를 조직했다. 이어 1995년 무주로 귀농한 후 푸른꿈 고등학교를 세웠고, 2001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교 창립준비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녹색대 설립을 주도했다. 고인은 2009년 초까지 녹색대학교 대표로서 생태문화공간을 조직하고자 힘썼으나 원인 모를 병으로 쓰러져 2012년 3월 세상을 떠났다.
녹색대학교는 2003년 생명농업학과, 생명살림학과, 생태건축학과, 풍수풍류학과, 녹색교육학과, 자연의학과로 개교했고, 2008년 온배움터로 개명해 생태건축, 자연의학, 농살림, 대안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지혜학교 설립자인 김창수 전 교장은 “우리 후학들이 허 목사님을 모시고 녹색대학을 일구며 꿈을 이루어가려 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쉬워하던차 그 분의 못다 한 꿈을 담아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 작가는 “허병섭은 ‘풍요로운 가난’을 꿈꾸는 모든 몽상가들의 스승이자 자본이라는 거대 기계의 한낱 부속품으로 소모될 청춘들에게 자기 삶의 주체체로 당당히 서는 길을 몸소 보여준 시대의 아이콘”이라며 “우리 모두 허병섭이 되어 그가 앞서 꾸었던 꿈을 현실로 만들자”며 추모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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