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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빈민 곁 한평생…‘큰 가르침’ 남긴채 하늘로

등록 2012-03-29 21:35수정 2012-03-29 22:40

소설 <꼬방동네 사람들>의 실제 모델이자 빈민운동가였던 허병섭 목사의 하관식이 2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남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소설 <꼬방동네 사람들>의 실제 모델이자 빈민운동가였던 허병섭 목사의 하관식이 2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남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허병섭 목사 민주사회장 엄수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29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평소 고인이 즐겨 듣고 불렀던 ‘사노라면’과 ‘그날이 오면’이 조용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허병섭(71) 목사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빈민의 벗’ 허 목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인사 100여명이 함께했다.

종교·시민사회 100여명 참석
“남들을 위한 삶 자랑스러워”
유골함 받아든 딸 ‘눈시울’

영결식을 마친 허 목사의 운구행렬은 오전 11시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서울시립승화원으로 향했다. 빈민들을 위해 뜨거운 삶을 살았고, 민중이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진정한 ‘섬김’을 실천한 고인의 육신은 2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에 한줌 재로 변했다. 화장 과정을 지켜보던 지인들은 찬송가 ‘하늘 가는 밝은 길이’를 부르며 흐느꼈고, 유골함을 받아든 딸 미라씨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허 목사의 유골함은 낮 2시3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에 도착했다. 유족들과 지인들은 마지막 안장식을 치르고 허 목사를 떠나보냈다. 허 목사의 첫째 동생 귀옥(57)씨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울음을 애써 참으려 했지만, 끝내 흐느끼며 오열을 터뜨렸다. 둘째 동생 현옥(51)씨는 “병원에 계실 때 너무 고통스러워하니 편히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섭섭하다”며 “하늘나라에서 어린 시절 엄마·아빠의 아들로 살아가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고인은 평생을 빈민들을 위한 삶을 살았지만 정작 가족들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첫째 동생 귀옥씨는 “가정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만 신경 쓰는 것을 보고 불만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보통사람이 걸어갈 수 없는 길을 걸었고, 남들을 위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오용식(58) 목사는 “허 목사는 평소 ‘몸을 낮추고 보잘것없는 사람도 존중하고 존경하라.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사랑하라’고 늘 당부했다”며 “비록 육신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어제보다 더 생생한 모습으로 세상에 살아계신다”고 위로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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