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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빈민의 벗’ 허병섭 목사 떠나다

등록 2012-03-27 22:53수정 2012-03-28 09:01

2008년 전북 무주 안성면 진도리 집에서 허병섭 목사가 부인 이정진씨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2009년 초 원인 불명의 뇌손상으로 쓰러진 부인을 간병하다 1주일 뒤 같은 증세로 쓰러진 허 목사는 27일 먼저 세상을 떴다. 
 ‘허병섭·이정진 선생 쾌유를 위한 카페’ 제공
2008년 전북 무주 안성면 진도리 집에서 허병섭 목사가 부인 이정진씨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2009년 초 원인 불명의 뇌손상으로 쓰러진 부인을 간병하다 1주일 뒤 같은 증세로 쓰러진 허 목사는 27일 먼저 세상을 떴다. ‘허병섭·이정진 선생 쾌유를 위한 카페’ 제공
뇌손상 3년여 투병 끝 별세
유신시절 5차례 고문·옥살이
최초 대안대학 ‘녹색대’ 창립
29일 민주사회장으로 치러
1970년대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촌인 청계천에서 빈민 선교를 시작해, 민중과 평생을 함께해온 허병섭 목사가 27일 오후 4시30분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71.

고인은 2009년 1월 먼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부인 이정진(64)씨를 간병하다가 자신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뇌손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3년 넘게 혼수상태로 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며 투병해 왔다. 부인 이씨는 여전히 병상에 누워 있다.

1941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74년 ‘수도권 특수지역 선교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빈민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박형규·이해학·권호경 목사, 고 제정구 선생 등과 빈민운동을 함께 했다. 유신 시절 내내 5차례나 고문과 옥살이를 겪었다. 76년 서울 하월곡동 달동네로 들어가 민중교회인 동월교회를 세워 사목했고, 80년대 초에는 교회에 국내 최초의 탁아방이라고 할 수 있는 ‘똘배의 집’을 만들었다. 똘배의 집은 탁아소 입법화의 계기가 됐다. 90년에는 목사직을 벗고 도시 빈민 노동자로 막노동판에서 미장일을 익혔고,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공동체 ‘월곡동 일꾼두레’를 만들어 후배 목회자들과 노동자 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했다.

70년대 초 경기도 양주에서 스승 문동환 목사를 중심으로 첫 생태공동체인 ‘새벽의 집’을 꾸렸던 그는 다시 생태주의로 관심을 돌렸다. 96년 전북 무주 생태교육을 실천하는 대안학교인 ‘푸른꿈고등학교’를 세웠고,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 설립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2003년 개교한 이래 온배움터(녹색대학)의 공동대표와 푸른꿈고교 운영위원장을 맡아왔다. 그는 한국에서 최초의 민중교육이론서로 평가받는 <스스로 말하게 하라>와 2001년 부인 이씨와 함께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를 펴냈다.

‘빈민의 벗’, ‘노가다 목사’, ‘꼬방동네 공 목사’ 등으로 불렸던 고인은 이철용 전 국회의원의 소설 <어둠의 자식들>과 <꼬방동네 사람들>에 빈민운동가로 등장하는 공병두 목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이철용 전 의원은 “허 목사는 책상운동을 거부하고 빈민현장 운동을 몸소 실천한 유일무이한 성직자였다.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고 민중과 더불어 살았다. 한마디로 이 시대에 살아 있는 예수였다”고 추모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들로 꾸려진 허병섭 목사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빈민·노동·생태·교육 운동에 헌신한 고인의 업적을 기려 민주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 미라·기옥·현옥씨, 아들 동섭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9일 오전 10시다. (02)2072-2020.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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