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이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안방 경기에서 팀 동료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결국 순위가 뒤집혔다.
흥국생명이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안방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3-0(25:17/25:18/25:19)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21승7패를 기록한 흥국생명은 승점 63 고지를 밟으며 현대건설(21승7패·승점 61)을 밀어내고 리그 1위에 올랐다. 2022년 11월1일 이후 106일 만의 선두 복귀다.
두 번째 찾아온 기회였다. 흥국생명은 앞서 10일 리그 1위였던 현대건설이 리그 꼴찌(7위)를 달리던 페퍼저축은행에 2-3으로 패하며 순위를 바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다음날(11일) 흥국생명 역시 인천에서 리그 6위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에 1-3으로 무너지며 역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14일 수원에서 한국도로공사에 1-3으로 지며 다시 가능성이 생겼다. 흥국생명은 어렵사리 잡은 찬스를 두 번 놓치지 않았다. 이날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옐레나 쌍포를 앞세워 페퍼저축은행을 맹폭했다. 연속으로 대어를 낚으려던 페퍼저축은행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날 순위 변동은 시즌 내내 이어지던 현대건설 주도 판세가 흥국생명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흥국생명은 지난해 12월29일 수원에서 현대건설을 꺾은 뒤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초 감독 경질 논란 등으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선수단이 오히려 똘똘 뭉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 모양새다.
반면 현대건설은 하락세다. 현대건설은 시즌 초 개막 15연승을 달리는 등 무서운 기세로 질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부상으로 빠지며 변수가 생겼다. 이후 황연주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야스민 공백을 메우려 노력했지만, 리그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체력 부담 때문에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정규시즌 1위 향방은 예상하기 어렵다. 먼저 흥국생명에는 여전히 ‘리더십’ 변수가 있다. 현재 김대경 흥국생명 감독대행과 김연경·김해란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팀이 잘 뭉쳐있지만, 막판 경쟁이 심해질수록 사령탑의 경험 부족은 독이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이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진용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아직 팀 내 호흡을 더 맞출 필요가 있지만, 현대건설은 최근 야스민 복귀를 포기하고 대체 선수 몬타뇨를 데려왔다. 두 팀 승점 차이가 2점에 불과한 만큼 본궤도에 접어들어 다시 1위 자리를 뺏을 시간은 충분히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