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D조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진 뒤 물러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우세는 0분이었다. 끌려다닌 시간은 38분21초. 40분 내내 한국은 먹잇감이 됐다. 패배가 더 쓰라린 것은 상대가 2진급 신예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도대체 한국팀은 무엇을 준비했던가?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이 30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D조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77-83으로 졌다.
한국은 D조 2위로 8강에 직행하지 못하고, 한 번 더 경기를 치러야 한다. 8강 진출 결정전 상대는 C조 3위로 바레인과 타이 중 한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강에 올라도 산 넘어 산이다. B조 1위가 유력한 중국과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 하지만 경기 내내 한국이 우세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초반부터 끌려가 전반을 37-43으로 마쳤을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실제 4쿼터 중반 허훈이 터트린 2개의 연속 3점슛으로 65-66, 턱밑까지 일본을 따라갔다. 하지만 막판 사토와 가와시마, 이마무라의 연속 3점포를 앞세운 일본의 반격으로 격차는 다시 벌어졌고, 두 번 다시 회복할 기회는 없었다.
한국 농구대표팀의 이승현(왼쪽)과 라건아가 30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D조 3차전에서 일본 선수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외곽 3점포(11개-17개)에서 일본에 밀렸다. 2점슛(17개-13개)에서는 앞섰지만 평균신장(1m93-1m90) 우위에도 튄공잡기(40개-38개)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평균 나이는 한국이 28.3살, 일본이 24.9살이었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 뒤 “조 1위를 확정할 중요한 경기였지만 시작부터 주도권을 빼앗겼다. 지역이나 맨투맨 수비에 상대가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며 “골밑을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3점슛을 허용한 게 아쉽다”고 했다. 취재진이 수비 전술에 관해 묻자, “지역방어 등을 준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답했다.
패배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지만, 이런 답변에 만족할 팬은 없을 것 같다. 일본 선수단은 지난달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멤버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2진급이었다. 이날 일본 팀을 이끈 코리 게인스 감독은 “월드컵 출전 선수는 없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대표팀을 보강할 수 있을지 파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게인스는 일본 A대표팀에서는 코치를 맡고 있다. 일본 기자도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2진급 선수라는 표현에 동의했다. 이날 일본 팀에서는 센터 요원이 부상으로 출전하지도 못했다.
이번 대회 전 추일승호의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는 뒷말이 나온 바 있다.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 탈락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좀더 강한 색깔의 한국 농구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이날 패배를 선수들의 부진한 플레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