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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원팀’ 여자농구 북에 압승…“박진아 있으면 만리장성 넘는다”

등록 2023-09-29 21:14수정 2023-09-30 17:33

아시안게임 C조 북한에 81-62 승…강이슬 “긴장 컸지만 잘 풀려”
한국의 박지수(오른쪽)와 박지현이 29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예선에서 북한의 박진아를 집중 견제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국의 박지수(오른쪽)와 박지현이 29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예선에서 북한의 박진아를 집중 견제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북한 여자농구의 ‘비밀 병기’인 2m5의 장신 박진아(20). 하지만 한국의 스피드를 혼자 막아내기는 힘들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2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2차전에서 북한을 81-62로 꺾었다. 한국은 2연승으로 조 선두로 나섰고, 사실상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경기는 북한의 장신 선수 박진아와 한국의 주 득점원 박지수(25·1m98)의 센터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속도의 우위를 활용한 한국이 박진아의 압도적인 높이를 넘었다.

박지수가 29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예선 경기에서 북한의 센터 박진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박지수가 29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예선 경기에서 북한의 센터 박진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5년 전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여자농구 단일팀을 구성했던 남북은 이날 적으로 만났다.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과 이로 인한 긴장감 탓인지, 양 팀 선수들은 초반 극도의 슛 부진으로 1쿼터 5분여까지 2-2로 빈타에 시달렸다.

이후 북한이 박진아의 골밑슛을 앞세워 조금씩 앞서갔지만 전반이 끝나기 전에 흐름은 바뀌었다. 박진아에 의존한 북한의 공격 패턴을 읽은 한국이 2쿼터에 22점을 몰아넣었고, 이후 격차를 더 벌리며 훌쩍 달아난 것이다.

북한은 박진아가 거의 40분을 뛰며 팀 득점의 절반에 가까운 29점을 챙겼고, 튄공잡기 17개로 확고한 제공권을 자랑했지만 혼자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은 박지수(18점)와 강이슬(16점·3점슛 4개), 김단비(16점), 박지현(12점) 등 주전들의 안정감으로 승세를 유지했다. 박지수와 강이슬, 이해란 등은 북한의 박진아를 적절하게 압박했다.

경기 뒤 한국의 주장 김단비는 “초반 긴장했고, 낯설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고, 강이슬은 “많이 긴장했지만 후반에 잘 풀렸다”고 돌아봤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뛰었던 로숙영(왼쪽)과 박지수가 29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적으로 만나 공을 다투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018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뛰었던 로숙영(왼쪽)과 박지수가 29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적으로 만나 공을 다투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었던 강이슬은 “당시 단일팀 코치였던 북한의 정성심 감독에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며 “같은 한민족이고, 5년 전 인연도 있는데 속상하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박지수와 강이슬, 박지현은 북한 선수들과 단일팀을 구성했었고, 당시 이문규 감독을 보좌한 정성심 코치는 이번에 북한팀의 사령탑이 됐다. 북한 선수로는 로숙영과 김혜연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바 있다.

북한의 박진아 선수에 대한 높은 평가도 나왔다. 강이슬은 “박진아 선수는 5년 전(통일농구)에는 마르고 키만 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기술과 힘이 좋다”고 분석했다. 정선민 감독도 경기 뒤 “우리나라에 없는 선수다. 있으면 만리장성(중국)을 넘을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흰 모자와 티셔츠로 복장을 갖춘 북한 응원단이 29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한 대결에서 응원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흰 모자와 티셔츠로 복장을 갖춘 북한 응원단이 29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한 대결에서 응원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편 이날 흰색 티셔츠와 모자로 복장을 통일한 북한 응원단이 관중석 한쪽에서 응원전을 펴 눈길을 끌었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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