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황선홍호가 산뜻한 대승으로 아시안게임 3연패를 향한 첫발을 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살 이하(U-24) 남자 축구대표팀은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9-0으로 완파했다. 아직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합류하지 않았음에도, 선수단의 기량 차이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그간 지적된 경기력 아쉬움도 덜어낸 완벽한 승리였다.

첫 골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최전방 조영욱(김천 상무)을 축으로 삼은 연계 패스를 구사하며 페널티박스 왼 측면을 파고든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정우영의 선제골은 이날 골 폭풍 예보가 됐다. 전반 19분 일대일 기회를 잡은 엄원상(울산)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조영욱이 침착하게 골대 구석에 추가골을 꽂았다.

쿨링 브레이크 이후인 전반 44분 이번에는 주장 백승호(전북)가 프리킥 상황에서 정밀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모서리를 뚫어냈다. 팀의 세번째 골이 터지고 1분 뒤 속공 상황에서 고영준(포항)의 공간 패스를 받은 정우영이 오른발로 멀티골을 신고했다. 이후 정우영은 후반 3분께 엄원상의 컷백과 조영욱의 슈팅에 이은 세컨드볼을 처리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득점은 계속됐다. 후반 7분 엄원상이 왼 측면 공간을 가로질러 왼발 득점을 뽑아냈고, 후반 29분 조영욱이 수비라인에서 감각적인 턴과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멀티골을 쐈다. 6분 뒤 설영우(울산)의 낮은 크로스를 박재용(전북)이 쇄도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 안재준(부천)이 영리한 돌파로 아홉 번째 골을 넣었다. 진화스타디움에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한국은 이날 슈팅 21-2로 쿠웨이트를 압도했다. 쿠웨이트는 성인 대표팀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7위로 한국(28위)과 천양지차다. 이 연령대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거둔 가장 큰 승리는 2017년 정정용호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마카오를 상대로 기록한 10-0인데, 여기에는 한 골 모자랐다. 

그간 뒤숭숭한 시선을 털어내고 쾌조의 출발을 선보인 황선홍호는 이틀 뒤인 21일 저녁 8시30분 같은 장소에서 타이와 2차전을 치른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