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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은 쇼트트랙 오심을 심판하지 못했다 [아하 올림픽]

등록 2022-02-08 16:03수정 2022-02-09 02:34

지난 7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3조 경기 도중 런쯔웨이(중국·왼쪽), 이츠하크 데 라트(네덜란드), 브렌던 코레이(호주)이 모두 넘어졌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 7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3조 경기 도중 런쯔웨이(중국·왼쪽), 이츠하크 데 라트(네덜란드), 브렌던 코레이(호주)이 모두 넘어졌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쇼트트랙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번째, 코로나19에 걸리지 말 것. 두번째, 넘어지지 말 것(우린 이 대목에서 실패한다). 세번째, 페널티를 받지 말 것.”

지난 7일 네덜란드의 쇼트트랙 선수 쉬자너 스휠팅(25)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적은 말이다. 스휠팅의 재치있는 요약은 쇼트트랙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준다.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일보다 ‘꽈당’과 실격을 조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 1000분의 1초까지 측정하는 레이스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쇼트트랙에는 유독 조정과 시비가 잦다. 1992년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이래 지난 30년간 편파 판정, 특정 국가 밀어주기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분기점은 2002 솔트레이크겨울올림픽이다. 이른바 ‘안톤 오노 할리우드 액션’으로 초대 쇼트트랙 올림픽 챔피언 배출국 한국과 쇼트트랙 사이 기묘한 애증 관계가 시작된 해다. 남자 1500m 결승전 마지막 한 바퀴 코너를 돌던 찰나 선두 김동성을 바짝 따라붙던 안톤 오노(미국)가 두 손을 들며 방해를 받았다는 듯한 동작을 취했고, 이것이 경기 직후 김동성의 반칙으로 인정돼 실격했다.

파장은 일파만파였다. 한국 선수단은 폐막식 불참까지 거론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에 강하게 항의했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곧 기각됐다. 이어 같은 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는 안현수와 오노, 리자쥔(중국)이 뒤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맨 뒤에서 서행하던 스티븐 브래드버리(호주)가 금메달을 차지했고, 5000m 계주에서는 민룡이 러스티 스미스(미국)에 밀려 넘어지면서 실격했다. 남자 대표팀 기준 1992년 이후 첫 쇼트트랙 ‘노 메달’이었다.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헝가리 류 샤오린 산도르가 실격되면서 금메달을 따게 된 중국 쇼트트랙팀이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헝가리 류 샤오린 산도르가 실격되면서 금메달을 따게 된 중국 쇼트트랙팀이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솔트레이크 다음 대회부터 쇼트트랙에는 비디오 판독 제도가 도입됐다. 더 공정한 판정을 위한 조치였으나 오히려 혼란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쇼트트랙에는 두 개의 결승선이 있다. 빙판 위 결승선과 경기 종료 후 비디오 판독이라는 결승선. 어떤 스포츠도 (쇼트트랙처럼) 비디오 판독을 그렇게 길게,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비디오 판독이 경기 결과를 조정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쇼트트랙 혼성 계주와 여자 500m, 남자 1000m 예선이 열린 지난 5일 하루에만 “23개의 레이스 중 4분의 1 이상이 비디오 판독 후 결과가 조정됐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쇼트트랙 메달데이였던 7일에도 남녀 경기를 합친 16번의 레이스에서 한국의 황대헌과 이준서를 포함해 15명이 페널티나 옐로카드를 받았다. 제아무리 멋들어진 추월을 연출하고 극적으로 골인하더라도 심판 한 사람의 눈에서 벗어나면 탈락하게 된다. 올림픽 심판은 통상 경기를 살피는 심판장·보조심판 2명과 비디오심판 1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된다. 비디오를 다시 볼 상황이 생기면 수석심판과 비디오심판이 같이 영상을 확인한다.

하나의 경기에서도 평가가 제각각이다. 지난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터치 후 쓰러진 김아랑 발에 걸려 캐나다 선수가 넘어졌음에도 한국에 아무런 페널티를 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외신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당시 판커신(중국)이 골인 직전 최민정을 팔로 잡아채는 동작을 볼 때 중국 실격이 정당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뉴욕타임스>는 “확정적인 상황은 드물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이 논쟁을 잠재우지 못한다. 규칙은 주관적이고 논란은 빈번하다”라고 썼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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