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 특집

‘중국체전’ 같았던 올림픽 폐막식…기자한테 오성홍기는 왜? [링링 베이징]

등록 2022-02-21 13:47수정 2022-02-21 15:2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링링은 ‘청량하다, 시원하다’는 뜻의 중국말로, 소리가 깨끗하게 잘 들리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동음이의어 가운데는 ‘춥다, 얼음이 두껍게 얼다’라는 뜻의 말도 있습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부터 올림픽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베이징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차갑던 장내가 갑자기 뜨거워진다. 출연자 100여명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금메달이라도 딴 듯, 손을 흔들며 환호한다. 심지어 일부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한다.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오직 한 곳. 이윽고 그곳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빨간 마스크를 쓰고 천천히 걸어나온다.

분위기는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대형 스크린 속 시 주석은 천천히 손을 흔들며 이 순간을 즐기는 듯 보인다. 시 주석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입장을 마치자, 출연자들은 곧장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1분 넘게 이어진 열렬한 환영.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폐막식(20일)이 열리기 직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 풍경이다.

출연자 100여명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 뛰쳐 나와 시진핑 국가주석 쪽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엔 장내 입장 중인 시진핑 주석이 보인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출연자 100여명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 뛰쳐 나와 시진핑 국가주석 쪽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엔 장내 입장 중인 시진핑 주석이 보인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이날 폐막식은 그야말로 중국 전국체육대회를 방불케 했다. 관중석엔 홍등이 가득했고, 오성홍기를 흔드는 관중이 물결을 이뤘다. 이날 기자가 받은 가방에는 오성홍기와 오륜기가 들어있었지만, 식전 행사에 나온 사회자는 오성홍기가 그려진 응원도구 사용을 유도했다. 개막식 때도 오성홍기를 받긴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이진 않았다. 붉게 물든 관중석은 여러모로 지구촌 축제라고 보긴 어려웠다.

기자를 포함한 폐막식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오성홍기가 그려진 응원도구. 베이징/이준희 기자
기자를 포함한 폐막식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오성홍기가 그려진 응원도구. 베이징/이준희 기자

대회에 대한 평가가 중국 국내와 국외에서 분명하게 갈리는 상황. 중국은 이날 폐막식을 아예 내부결속용으로 치르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중국색을 빼고 첨단기술 위주로 채웠던 개막식과도 확연히 달랐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두 번이나 따로 ‘찬양’ 시간을 가졌다. 지난 4일 열린 개막식 때도 시 주석은 식 시작과 동시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등장해 1분 동안 환호를 받으며 어색함을 자아낸 바 있다. 개최국 정상이 개·폐막식에 참석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보통은 막판 대회 개막을 선언하는 역할에 그친다.

중국 관중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오성홍기가 그려진 응원도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관중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오성홍기가 그려진 응원도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바흐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분이 보여준 연대와 평화가 정치 지도자들에게 감명을 주길 바란다”, “여러분은 각자 나라가 갈등하는 와중에도 분열을 넘어 통합을 이뤘다”는 등 말 잔치를 벌였다. 그는 시 주석이 올림픽 개막 전 우크라이나를 위협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단한 연대를 과시한 걸 벌써 잊었을까. 공허한 말은 무너진 올림픽 위신을 세울 수 없었고, 바흐 위원장의 연설은 구차함만 더할 뿐이었다. 이번 대회의 진실은, 그가 개막식 때 시 주석을 향해 허리를 굽히는 모습이 더 잘 보여준다.

중국은 이번 대회 슬로건으로 “함께하는 공유된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를 내걸었다. 2026년 열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 슬로건 “서로 달라도, 함께”(Duailty, Together)와 비교하면, 모두 함께 같은 목표만 보고 가자는 전체주의적 말로 들린다. 애초 슬로건이 향한 건 세계가 아닌 중국 내부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이 말하는 미래란, 누가 계획하고 원하는 모습일까. 대형 스크린 속 시 주석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린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대한탁구협회장에 이태성 선출 “탁구 강국 재건하겠다” 1.

대한탁구협회장에 이태성 선출 “탁구 강국 재건하겠다”

신진서, 난양배 결승 왕싱하오와 격돌…“장고·속기 둘 다 대비” 2.

신진서, 난양배 결승 왕싱하오와 격돌…“장고·속기 둘 다 대비”

세아그룹 이태성 사장 탁구협회장 도전…이에리사와 대결 3.

세아그룹 이태성 사장 탁구협회장 도전…이에리사와 대결

김상아, 프로당구 데뷔 5년 만에 정상 “두 아들 응원 덕분” 4.

김상아, 프로당구 데뷔 5년 만에 정상 “두 아들 응원 덕분”

프로야구 FA 시장 개시…김원중·엄상백 등 투수 주목 5.

프로야구 FA 시장 개시…김원중·엄상백 등 투수 주목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