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대표팀 홍승진 감독(왼쪽부터)과 김제덕, 안산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우리 목표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양궁대표팀 김제덕)
올림픽 사상 처음 열린 양궁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제덕(17)·안산(20) 짝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와 결승전에서 1세트를 빼앗긴 뒤 홍승진 양궁대표팀 감독과 나눈 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파죽지세로 결승에 오른 두 선수는 네덜란드를 만나 1세트를 35-38로 내주며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두 사람 모두 첫 올림픽인 데다 결승에서 첫 세트를 내준 만큼 부담이 갈 법도 했다. 실제 김제덕도 “주춤하는 분위기였다”고 돌아봤다.
두 선수에게 힘을 준 건 홍 감독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전에 둔 어린 선수들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걸 파악한 그는 “욕심내지 말고,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 우리 목표에만 집중하자”고 두 선수를 다독였다.
1세트 패배 뒤 잠시 모여 이야기를 나눈 감독과 선수들은 주먹을 맞대며 하이파이브를 대신했고, 선수들은 다시 경기에 몰입했다. 마음을 비우고 자기 페이스를 찾은 김제덕과 안산은 2세트와 3세트를 잇달아 가져갔고, 마지막 4세트에서 4발을 쏴 39점을 기록하는 접전 끝에 비기며 세트 스코어 5-3으로 승리했다.
한국 양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에 오른 김제덕은 “(모든 대회의) 금메달은 당연히 다 따고 싶다. 자신감이기도 하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남자 단체전을 잡고 싶다. 혼성 단체전은 운도 따랐지만, 노력한 만큼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실은 어제 꿈을 꿨다. 뱀이 여럿 있었는데, 이건 좋은 기운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역시 올림픽 첫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은 “시합하기 전이나 훈련할 때 혼잣말을 많이 하는데, 스스로 안심시키기 위해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또 김제덕이 경기 도중 ‘파이팅!’을 외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긴장이 풀리고 더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웃기도 했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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