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영 국가대표 윈 테 우. 윈 테 우 제공
스포츠 선수의 정치적 표현은 오랜 금기다. 최근 프로 스포츠에서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가 이어지며 균열이 생겼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전히 올림픽에서 이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가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에 항의해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미얀마 수영 국가대표 윈 테 우는 이런 원칙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올림픽 정신의 핵심은 평화 추구에 있다고 봤다. 실제 올림픽 헌장은 기본 원칙 제2조에서 “인간의 존엄성 보존을 추구하는 평화로운 사회 건설”을 명시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 원칙은 제5조다.
조문의 순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스포츠의 평화 추구와 정치적 중립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 혹은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지 등은 논쟁의 대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윈 테 우가 올림픽 정신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이다.
4월30일 서면 인터뷰 이후, 그와 추가로 대화를 나눴다. 그의 고민은 군부 쿠데타 이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현대 스포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현대 스포츠가 “지나치게 기록과 승패에 연연한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에게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을 잊어버리고, 선수들을 경쟁에만 집착하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윈 테 우는 그간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에 매진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철학책을 읽고 교육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철학을 공부한 것은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서고, 교육학을 공부한 것은 “스포츠가 춤, 음악 등 예술처럼 아이들에게 인류 사이의 상호 연결을 느끼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유망주였던 고 최숙현 선수를 떠나보냈다.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더는 메달이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신년사를 통해 “이제 메달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메달이 중요하지 않다면 이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선수들은 다시 예전처럼 메달을 따기 위한 쳇바퀴로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체육계 폭력 논란은 프로 스포츠로 번져갔다.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더니, 최근에는 프로농구팀에서 음주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오히려 상황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윈 테 우는 인터뷰 도중 한국이 미얀마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줬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태권도를 보며 “스포츠를 통해 인간의 도덕심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올림픽과 스포츠를 대하는 윈 테 우의 태도를 통해 한국 체육계가 과거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스포츠’란 무엇인지 고민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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