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선수 고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대구/연합뉴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자정을 넘긴 시각 고인이 어머니에게 남긴 이 메시지는 딸의 마지막 흔적이 됐다. 가족들은 슬픔에 잠겼다. 딸을 잃은 분노도 크다. 가족들은 딸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녹취록 등에서 공개된 수준의 구타나 폭행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도 충격에 빠졌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과,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들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단짝이자 경북체고 후배였던 임주미(21)씨는 이름까지 밝히며 용기를 냈다. 그는 “아직도 언니 사진이 이렇게 떠도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감히 가늠하지 못할 만큼의 고통을 받으며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임씨는 <한겨레>에 “다시는 체육계에서 이런 잔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언니가 어떤 일로 고인이 되었는지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에게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한 후배는 과거 경주시청팀과 함께 훈련하며 최씨를 폭행한 감독이 다른 선수들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감독과 팀 닥터 외에 다른 선배 선수들의 폭력도 심했다고 들었다. 증거가 없어 이들의 잘못은 묻히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고 힘들다”고 했다. 그는 “체육인들은 힘들어도 힘들다 말 못하고, 맞아도 아프다 말 못합니다. 이제부터는 선수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선수들도 귀한 자식이고, 소중한 생명”이라고 호소했다.
과거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활동했던 고인의 동료는 “경주시청팀은 실력이 전부였던 곳이었다. 성과중심주의가 심했다”고 증언했다. 또 “저도 같이 운동을 해봐서 어떤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전까지는 신고해도 묻히기 바빴는데 왜 사람이 죽어야만 일이 커지고,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는 걸까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청와대에는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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