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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기간에는 주식투자 하면 안된다?

등록 2018-06-23 10:42수정 2018-06-23 11:10

[토요판]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
(15) 월드컵 효과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월드컵 때 심장마비 환자 2.66배
남성이 3.26배로 여성보다 높아
긴장감 큰 경기서 더 자주 발생
경기 이길 때도 발생률 높아져

자국팀 패배하면 주가 0.5% 하락
투자자 기분 나빠져 비관론 증가
승리한 국가에선 큰 영향 없어
월드컵 기간엔 전체적 약세장

지난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월드컵에서 우리는 4강 신화를 이루었지만, 그 한편에선 일곱명이나 되는 관객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월드컵 관람 중 갑자기 심장마비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간’ 이야기는 매번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말로 월드컵은 축구팬들의 사망을 높이는 것일까요?

월드컵과 심장마비

축구 관람과 심장질환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 연구는 1996년 잉글랜드에서 개최된 유럽 챔피언십 8강전에서 네덜란드가 프랑스를 상대로 전·후반 0-0으로 비긴 뒤에 승부차기에서 5-4로 패배한 경기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다니엘 비터 등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병원 연구진이 경기 당일 네덜란드의 45살 이상 남성 중 심근경색 및 뇌졸중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경기 전 5일 또는 경기 후 5일에 비해 뚜렷이 높다는 보고를 하면서 학계의 관심을 촉발했습니다. 단 여성은 남성과 달리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1996년 유럽 축구 챔피언십 기간 중 네덜란드 남성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2000)

이후 여러 연구가 이어졌는데, 영국 버밍엄대학의 심리학자 더글러스 캐럴 교수 등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로 패배한 경기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심근경색과 월드컵 축구’,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2002) 이 연구에 의하면 경기에 패배한 날과 그 이틀 후까지 총 3일간 잉글랜드 지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실려 온 환자가 25% 늘었다고 합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27%, 여성이 16%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남녀 모두 발병률이 높아졌지만 남성이 그 효과가 더 컸습니다.

이후 독일 뮌헨대학병원의 우테 빌베르트람펜 교수 팀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대상으로 기존 연구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상세한 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심혈관 질환과 월드컵 축구’,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08) 이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 뮌헨 지역에서 발생한 심장 관련 응급환자를 분석하였는데, 독일팀 경기가 있던 날은 월드컵이 없던 해에 비해 무려 2.66배나 심장질환자가 늘었습니다. 이번에도 남성은 3.26배 여성은 1.82배로 남성이 그 피해가 더 분명했습니다.

2006년 월드컵은 6월9일부터 7월9일까지 독일에서 한달 동안 개최되었습니다. <그림1>은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석달 동안의 심장마비 발생 건수를 대규모 축구 대회(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십)가 없었던 2003년 및 2005년과 비교하여 표시한 것으로, ①~⑦번은 독일팀 경기가 있던 날입니다. 월드컵 기간 이전과 이후는, 심장마비 발생이 세해 모두 특별히 다르지 않았지만 월드컵 기간 중에는 독일팀 경기가 있는 날에 특별히 심장마비 발생률이 높았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실까요? ①번은 독일의 첫 경기가 있던 날입니다.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4-2로 승리를 거둔 날인데 심장마비 발생이 갑자기 높아졌습니다. ②번은 폴란드와의 2차전으로 종료 직전 결승골로 훨씬 더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경기여서 그런지 심장마비 발생은 1차전보다 더 늘었습니다. ③번은 이미 16강전 진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3-0으로 낙승한 경기로 긴장감이 훨씬 덜했고, 심장마비 발생률도 약간 높은 정도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매 경기가 지면 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입니다. ④번은 16강전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2-0으로 이긴 경기이고 다시 심장마비 발생률이 꽤 높아졌습니다. ⑤번은 가장 긴장감이 높았던 경기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1로 비긴 상태에서 승부차기를 통해 4-2로 승리한 날입니다. 심장마비 발생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⑥번은 독일이 이탈리아에 연장전에서 0-2로 패배한 날로 역시 심장마비 발생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⑦번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인데, 모든 3·4위전이 다 그렇듯이 긴장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심장마비 발생은 예년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다음날 이루어진 결승전(⑧번)에서, 독일이 참여하지도 않은 경기였지만 독일인의 심장마비 발생률이 꽤 높았습니다.

이상을 통해서 월드컵 기간 동안 심장마비는 긴장감이 큰 경기에서 특별히 빈번히 발생하고, 대체로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취약하며, 심지어 경기에서 질 경우뿐 아니라 이길 때도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일부 다른 연구에서는 월드컵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심근경색 발생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월드컵과 주식시장

이번에는 월드컵과 금융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인간의 심리적 상태가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행동경제학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월드컵은 국제 스포츠 경기 중에서도 특별히 인기있는 행사이고, 앞서 본 바대로 심장마비 발생률을 높일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월드컵 경기의 승패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이 진행되었습니다.

첫번째 분석은 2003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의 존 애슈턴이 이끄는 금융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국가대표 스포츠팀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 <어플라이드 이코노믹스 레터스> 2003) 이들은 1984년부터 2002년까지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십 대회의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승패가 영국 FTSE100 지수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FTSE100 지수는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중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영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입니다.)

일부 논란은 있었지만 대체로 월드컵과 주식시장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1973년부터 2004년까지의 월드컵과 대륙별 챔피언십 대회(유럽 챔피언십, 코파 아메리카, 아시안컵)에서 이루어진 1100여건의 경기 승패가 39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금융학자 앨릭스 에드먼스 등의 연구입니다.(‘스포츠 정서와 주가 수익’, <저널 오브 파이낸스> 2007) 이들에 의하면 주요 국제 경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이 패배하게 되면, 다른 변수를 통제한 뒤에 다음날 해당국 주가는 0.5% 정도 하락한다고 합니다. 축구에서 진 국가의 투자자들이 기분(mood)이 나빠져서 향후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에드먼스 교수는 최근 러시아 월드컵에서 만약 영국이 탈락하면 이 효과는 120억파운드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그리고 앞의 심장질환 연구에서 본 것처럼 패배가 곧 탈락을 의미하는 16강 이후의 토너먼트 경기에서 주식시장 하락 효과가 컸고, 축구의 인기가 특히 높은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서 더 두드러졌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효과가 비대칭적이어서, 월드컵에서 패배한 국가의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졌지만, 승리한 국가의 주식시장에는 특별한 영향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투자전략에 어떤 함의가 있을까요? 우선 월드컵에서 패배한 국가의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매도하는 시점에 이미 주가는 하락해 있을 테니까요. 가능한 대안은 선물 등을 활용하여 경기를 하는 두 나라의 주식 모두에 대해 하락 시 수익을 내도록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패배한 국가의 주가는 하락하여 이익을 내고, 승리한 국가의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여러 국가의 주식에 동시 거래해야 하고, 거래 수수료가 많기 때문에 현실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스라엘 금융학자 가이 카플란스키(바르일란대학)와 하임 레비(히브리대학)는 독창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예측 가능한 비합리성의 활용: 월드컵이 미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 <저널 오브 파이낸셜 앤드 퀀티터티브 어낼리시스> 2010) 이들은 미국 자본시장은 전세계의 투자자들이 투자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패배한 국가의 투자자들은 비관적이 되지만 승리한 국가의 투자자들이 특별히 낙관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 증권시장은 월드컵 기간 중에 개별 국가의 승패와 무관하게 전체적으로 약세장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림2>를 보시면 1950년부터 2006년까지 총 15차례의 월드컵 기간 동안의 미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월드컵 대회에서 이 기간 동안 주식가격이 하락하여, 평균적으로 2.58% 떨어졌는데, 이것은 월드컵 대회가 없었던 전 시기에 걸쳐 월드컵과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1.21%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입니다. <그림3>을 보시면 1950년에 뉴욕 증권거래소 종합주가지수에 1달러를 투자한 뒤 2007년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4386달러가 되었겠지만, 만약 매 월드컵 대회가 있을 때마다 그 전일에 주식을 매각하여 미국 국채로 옮겨 타고, 월드컵이 끝난 직후 다시 주식을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였다면, 6948달러가 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후자의 방식은 15차례의 주식 매각과 재매입이 있어서 거래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이것을 고려해도 월드컵을 우회하는 투자전략이 여전히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 일부 팬들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주식시장에 약세를 초래하는 효과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월드컵 대회를 폐지할 수도 없는 것이고 팬들에게 월드컵을 피하라고 권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부작용은 일부 열혈팬들에게는 꽤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혈압이 높다거나 심혈관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응원하실 때 좀 더 조심하시고, 투자하실 때 감정적이 되시는 분들은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팀의 선전과 팬 여러분들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오늘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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