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가 통합체육회 회장 선거와 관련해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해 체육회 규정까지 무리하게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부터 눈엣가시인 특정 후보의 등록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월5일 새 회장을 뽑는 통합체육회의 후보자 등록은 22~23일 이뤄진다. 이미 장호성 단국대 총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후보군의 하나로는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도 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 후보 쪽에서는 등록도 하기 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자격 여부를 묻기에 바쁘다. 통합체육회 이사회가 6월 개정한 회원종목단체 규정 때문이다. 당시 이사회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종목 회장의 자격상실 여부 조항을 개정하면서 ‘한 달간 소급’이라는 항목을 삽입했다. 이기흥 회장의 경우 3월19일 수영연맹회장직에서 사퇴했지만 관리단체지정일(3월25일)로부터 소급해 한 달 이내에 있기 때문에 ‘사퇴의 효력’이 없다는 논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의 사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순간 해임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후보 자격이 없다.
문체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통합체육회 이사회가 개정한 규정은 문제투성이다. 일단 규정이나 법률의 소급은 법체계에서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헌법도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다. 소급을 떠나 통합체육회가 3월21일 출범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수영연맹을 떠난 이한테 새로운 규정을 적용한다는 것도 애초부터 억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기존 체육회와 새 체육회는 연속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6월 규정을 개정하면서 통합체육회 등기 시점인 3월21일부터 적용한 것도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
이 정부 들어와서 체육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통합체육회는 기존의 엘리트 중심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 기반의 국민생활체육회의 통일로 환영받았다. 하지만 문체부는 4000억 가까운 예산 규모로 확대된 통합체육회를 순수 체육인 단체로 바라보지 않는다. 정치적인 득실이나 통제에 집착하면서 자율성을 생명으로 하는 문화단체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매우 강하게 정부 입장과 맞섰던 인물에 대해서는 치졸할 정도로 보복을 하고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정부 정책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기보다는 갑의 권력이 관통하는 일방통행식이다. 케이(K)스포츠재단 등의 설립이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정부 아래서는 체육계에 대한 권력의 횡포와 개입이 너무 일상화돼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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