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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이기흥 회장의 ‘도 넘은’ 아전인수식 언어 사용

등록 2024-01-04 16:00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대한체육회 제공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모두 적인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보이는 행태가 독불장군식으로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흥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대한체육회)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가스포츠위원회는 지난달 출범한 정부·민간 합동기구로 주요 체육 정책을 심의 의결한다.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이며 15개 부처 장관(혹은 대리인)과 민간이 참여하는 법률 기구다. 이기흥 회장도 민간위원 9명 중 당연직 위원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추천한 민간위원이 위촉되지 않았다며 첫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첫 회의가 열린 뒤 민간위원 구성이 잘못됐다며 대한체육회 등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사과를 요구했지만, 국무총리가 주재한 회의를 부정한 것이어서 ‘오버’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제는 아예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퇴로마저 태워 버렸다.

이 회장이 국가 권력과 ‘강대강’으로 맞서는 것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조직위 출범 때도 자기가 추천하는 후보가 배제됐다며 강하게 비토하면서 파행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절차를 중시한 문체부나 4개 시·도와 갈등이 커졌고, 결국 공모로 뽑힌 사무총장이 물러난 바 있다.

편의적이고 의도적인 언어 편집도 문제다. 이 회장은 지난달 발표한 성명서에서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구성에 관한 대한체육회·개최 도시 간 합의를 번복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대회 개최권의 반납위기를 자초한 전례가 있다”고 문체부를 비난했다. 완전한 사실 왜곡이다. 당시 ‘대회 개최단체(the Host Partners) 탈퇴’가 최초로 언급된 것은 이 회장 지시 사항이라고 적힌 대한체육회 문건이었다. ‘합의를 번복하는’이라고 했지만, 이는 협의라는 말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초 열린 U대회 조직위 관련 시·도체육회 연석회의에서 세몰이를 했다. 그 자리에서 공모 사무총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형사소추”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검찰만이 기소할 수 있는 나라에서 민간인의 소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념이나 정의를 파격하는 그의 언어사용에 회의장의 성토 분위기는 끓어 올랐다.

이번 신년 인터뷰에서도 문체부를 거론하며, “1일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확하게 표현하셨는데 (관료의) ‘패거리 카르텔’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걸 이번에 모두 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체육계를 염두에 두고 이 말을 했는지도 불투명하고, 관료 카르텔이라고 문체부에 딱지를 붙이는 것이 정당한지 따져볼 일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발언이 문자화되는 순간 문체부는 카르텔 집단이 돼 버렸다.

이 회장은 성명서 발표, 체육인 대회, 시도 체육회 연석회의, 원로회 구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와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어를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도 테니스협회 회장 선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국회의원들한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것이 쌓이면 신뢰를 잃는다. 내부 비판을 받지 않는 이 회장의 아전인수식 행태는 언어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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