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왼쪽 다리를 잃은 발레리나 리웨가 6일 밤 베이징 냐오차오에서 열린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남자무용수들의 힘을 빌려 공중에서 춤을 선보이고 있다. 여자무용수들은 리웨의 다리 역할을 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베이징/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진 이겨낸 12살 리웨
장애인 ‘희망올림픽’ 점화
한국, 사이클·사격 은1 동1
장애인 ‘희망올림픽’ 점화
한국, 사이클·사격 은1 동1
하늘을 향해 펼친 두 손은 날아갈 듯했다. 별빛 속을 나는 듯한 그의 눈은 빛났고, 다른 무용수들을 바라보는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휠체어에 앉은 12살의 리웨가 13억 중국인을 울렸다.
쓰촨성 대지진 때 다리를 잃은 리웨가 6일 밤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과 세계인들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년 전 발레를 시작한 리웨는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였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훌륭한 무용수가 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2008년 5월, 리웨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굉음과 함께 시작된 지진은 베이촨 지역의 리웨를 피해가지 않았다. 왼쪽 다리를 잃었고, 발레리나의 꿈도 접어야 했다. 주변 사람들은 희망을 잃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장애인 올림픽은 새 출발의 무대가 됐다. 지진이 중국을 덮칠 당시 올림픽 개막식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던 장지강 총감독은 “지진으로 세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우연히 신문에서 리웨의 기사를 보았다”고 말했다. 공연준비팀은 리웨를 위한 발레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리웨를 불러왔다. 리웨는 잠을 자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지만 피곤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대에 선 리웨를 위해 비장애인 무용수들은 손에 발레신발을 끼었다. 볼레로 선율에 맞춘 ‘끝나지 않는 춤’(네버 엔딩 댄싱)이 시작됐고, 무용수들의 움직이는 손짓은 리웨의 아름다운 발놀림이 되었다. 중국 발레 대회의 우승자인 ‘발레 왕자’ 뤼멍(23)은 그를 잡아 하늘로 올렸고, 리웨가 하늘로 날아 펼친 손을 보고 10만 관중은 감격에 젖었다. 장 감독은 “뤼멍이 리웨를 공중으로 들어올렸을 때 나는 그 모습이 나에게 영원히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이 공연 뒤에 그가 어떤 어려움과 미래에 맞닥뜨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 만큼은 꿈이 이뤘졌다”고 감격해했다. 이날 최종 성화주자인 호우빈은 휠체어를 탄 채로 경기장 바닥에서 공중으로 한 손 한 손 줄을 잡아당겨 70m를 올라가 불을 당겨 진한 인간승리의 감동을 선물했다.
한편, 개막 둘쨋날인 7일 한국은 값진 은·동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사이클 개인독주 3000m 결승에서 진용식(30·나사렛대) 선수가 은메달을, 남자 공기권총 10m에서 이주희(36) 선수가 동메달을 각각 땄다.
베이징/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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