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가운데)이 8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아이비케이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부임한 사령탑도, 에이스도 없었다. 그래도 선수들은 강했다.
흥국생명이 8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3-1(25:23/30:28/23:25/26:24)로 승리했다. 리그 4연승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16승4패(승점 47)를 기록하며 1위 현대건설(승점 51)을 바짝 추격했다.
비록 경기에선 승리했지만, 이날 흥국생명은 경기 외적으로는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이날 흥국생명은 또 한 번 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렀다. 7일 동안 감독 경질-대행 체제-대행 사임-감독 선임-다시 대행 체제를 거친 셈이다. 사령탑만 4명에 달하는 대혼란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후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5일 지에스칼텍스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이 코치마저 경기가 끝난 뒤 자진해서 사임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6일 김기중 전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해 발표했다. 하지만 김 신임 감독은 계약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8일 기업은행전을 지휘하지 못했다.
임시방편으로 이날 감독대행을 맡은 김대경 코치는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기중) 신임 감독과 아직 상견례도 못했다”고 했다. 특히 김 코치는 아직 팀 분위기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코치는 경기 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해줘 고맙다. 선수들이 훈련하고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코치진도 동요하고 있다. 다들 마음속으로 아픔을 간직한 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흥국생명은 에이스 김연경(35)마저 몸 상태가 나쁘다. 연초 장염 증세로 훈련에 빠지기도 했던 김연경은 이날 결국 결장했다. 김연경은 앞서 5일에도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이슈가 이슈인 만큼 제가 안 뛰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같이 고생한 선수들이 있는데 목표가 어느 정도 가까워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남으면 안 될 거 같아서 같이 힘내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팬들은 자체 제작한 클래퍼를 들고 응원에 나서며 또 한 번 흥국생명 구단을 향한 불만을 표시했다. 팬들은 앞서 6일부터 흥국생명과 모기업 태광산업 본사 등에서 “흥국생명 기이한 경질? 모기업 태광산업 입김!” 등 문구를 전광판에 담아 트럭시위도 벌이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