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아르망 뒤플랑티스가 24일(현지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바를 넘고 있다. 유진/AFP 연합뉴스
황제의 비상은 아득했다. 아르망 뒤플랑티스(23·스웨덴)가 장대높이뛰기 역사상 그 누구도 닿은 적 없는 높이에 이름을 새겼다.
뒤플랑티스는 25일(한국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6m21을 넘으며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년 동안 장대높이뛰기 기록 독주를 펼쳐온 그는 이번에 첫 세계선수권 실외 대회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올림픽, 세계선수권, 세계실내선수권, 세계주니어선수권, 세계유소년선수권과 유럽선수권 대회를
모두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세계기록을 경신한 뒤 환호하는 뒤플랑티스. 유진/로이터 연합뉴스
뒤플랑티스의 적수는 자신뿐이었다. 그는 이날 결선에서 단 한 차례 시도 만에 6m를 넘으며 우승을 확정했고, 곧바로 6m6을 넘어 대회 기록(6m5·드미트리 마르코프)을 깼다. 인제야 예열을 마친 듯한 뒤플랑티스는 지난 3월 세르비아에서 자신이 세운
실내 세계 기록(6m20)보다 1㎝ 높여 바를 조정했고, 2번째 시도에서
하늘을 뚫었다. 그는 공중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새 역사를 자축했다.
세계육상연맹 주관 대회에서 뒤플랑티스가 공인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건 이번이 5번째, 그 중 실외 기록 경신은 처음이다. 뒤플랑티스는
2020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6m15,
지난 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6m16을 넘으며 1994년 우크라이나의 ‘인간 새’ 세르게이 붑카가 세운 실외 기록(6m14)을 일찌감치 깼으나 둘 다 다이아몬드리그 대회라
공인기록은 아니었다. 올해 실내외 세계기록을 모두 세운 그는 예정된 대관식을 치른 셈이다.
간절히 바랐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낸 뒤플랑티스. 유진/로이터 연합뉴스
뒤플랑티스는 이날 경기 뒤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사실, 오늘은 기록에 대해서는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평소에는 (기록이) 항상 머릿속 한 쪽에 자리했는데 오늘은
온전히 우승에만 집중했다. 나는 너무나 간절하게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높이(6m21)에 다다랐을 때 모든 일이 한번에 이루어진 것 같다. 유진에서 뛰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표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