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리는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우상혁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웃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역사를 쓰고 싶고, 이름을 남기고 싶다. 계속 이루려고 한다.”
한 번 도약할 때마다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롭게 써온 ‘월드클래스’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올해 가장 큰 도전이 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목전에 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해 도쿄올림픽과 일정이 겹쳐 한 해 연기된 이번 대회는 다음 달 15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오레건주 유진에서 개최된다. 올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달려온 우상혁으로서는 생애 첫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이름을 남길 기회다.
이날 출국을 앞두고 기자들 앞에 선 우상혁은
“빨리 뛰고 싶다”면서 준비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계속 이루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열심히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경기 때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남은 2주는 막판 체중 관리와 훈련 점검을 위해 쓴다. 우상혁은 “(현재 몸무게가) 67∼69㎏을 오가고 있는데 계속 적게 먹다 보니 어지럼증이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된다”고 웃으면서도 “가서 65∼66㎏ 정도로 줄이고 뛸 것”이라고 했다.
올해 우상혁은 심상치 않은 우승 행진을 벌였다. 2월 체코 후스토페체와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라차에서 열린 실내육상 경기를 각각
2m36·2m35 기록으로 모두 우승했고 지난 3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는 2m34를 뛰어
한국인 최초 세계실내육상대회 우승자에 등극했다. 국내에서 실외 경기로 감각을 이어간 그는 5월 세계 육상 최정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다이아몬드리그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출전해 2m33를 뛰고 정상에 섰다. 도쿄올림픽 공동 1위였던 에사 바심(카타르)과 장마르코 템베리(이탈리아)도 꺾었다.
우상혁은 “(바심과 템베리를) 한 번 이겨봐서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내 경기’를 하면서 다른 선수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우상혁이 실외 대회에서도 우승할 경우 그는 높이뛰기에서
실내외 세계육상선수권을 모두 제패한 역사상 5번째 선수가 된다. 특히 한 해에 두 대회를 휩쓰는 진기록의 주인공은 높이뛰기 ‘역사상 최고(GOAT)’
하비에르 소토마요르(55·쿠바)밖에 없다. 그는 199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실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실외 대회를 석권했다. 29년간 깨지지 않은 세계기록(2m45)도 이 해에 나왔다.
부담보다 설렘이 크다는 우상혁의 도전은 다음 달 16일 새벽 2시(한국시각) 높이뛰기 예선전부터 시작된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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