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김창금의 무회전 킥] 체육인의 후보자 지지 선언과 전략적 마인드

등록 2022-02-24 17:13수정 2022-02-25 02:30

대선 앞두고 체육계 각 후보 공약 지지
후보자는 스포츠 스타 활용 적극 나서
선거 뒤 체육 정책 반영될지는 미지수
대한체육회가 1월 연 ‘대통령 후보에게 체육인이 바란다’ 행사. 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1월 연 ‘대통령 후보에게 체육인이 바란다’ 행사. 연합뉴스

정치와 체육의 관계는 선거철에 달라진다. 평소 정치권에 대해 말하지 않던 체육계가 들썩이는 것도 이때다. 올해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문체육이나 생활체육인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스타 선수나 지도자들이 등장해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최근 레전드급 올림픽 스타이며 현역으로 뛰고 있는 한 선수가 후보 지지 선언을 하자, 다른 정당 쪽에서 선수가 소속팀의 내부 규정을 어기고 정치활동을 했다고 비판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라도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이다. 스타 선수가 지지 선언을 했다고 해서 팬들이 그를 좇아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그 종목의 스타를 좋아하는 것과 정치적 의견은 별개다.

오히려 선수가 정치적 지지 선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정당을 가릴 것 없이 장려돼야 한다. 최소한 후보자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은 자기 의사의 표명이며, 기꺼이 그 실천에 참여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선수로서 경험한 삶 속에서 결단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와 체육이 만나는 이유는 상호 이익 때문이다. 정치권은 체육인들의 표를 챙겨야 하고, 체육계는 표를 무기로 정치권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반영해주기를 기대한다. 각 후보의 선거 진영에는 이미 다수의 체육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다만 선거가 끝난 뒤 실제 정책까지 체육인들의 바람이 이뤄진 예는 많지 않다.

지난달 올림픽공원에서는 ‘대통령 후보에게 체육인이 바란다’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대선 후보는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의 처우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 정책에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정당한 예측일 것이다. 5년 전 비슷한 취지로 열린 ‘대한민국 체육인 대회’에서도 대선 후보가 학교체육 강화를 위해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를 정규직화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것은 체육의 주변부적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가에 재정을 의존하는 체육계가 선거 뒤 권력과 싸운다는 것은 어렵다. 권력은 이런 관성으로 체육을 수단화 해왔다.

앞으로는 체육계가 선거라는 특수 국면에서 후보 지지 선언을 하거나, 수만 명의 체육인이 지지 서명에 참여하는 소극적 방식에서 더 나아가, 정치가 체육계를 찾아와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타들이 현안에 대한 공동 의제를 제시하거나 학계에서도 연구 성과물을 모아 정책 대안을 낸다면 정치권에 가하는 무게감은 더 커질 수 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달 주최한 ‘대통령 후보에게 체육인이 바란다’ 토론회에서 재정 자립방안 등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한 것은 과거보다 발전한 움직임이다.

고대의 철학자 플라톤은 완벽한 ‘철인 통치자’ 육성에는 예비공부에 10년, 변론술 5년, 실무행정 15년 등 3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적인 얘기이지만, 나름대로 근거는 있다. 체육계도 현장의 목소리와 이론적 전문성으로 자체 논리를 갖춰야 지속성을 갖고 정치와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 레전드의 지지 선언보다 더 크게 생각해야 하는 과제는 정치와의 관계 재설정을 위한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마인드다.

김창금 선임기자·스포츠사회학 박사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손흥민 전반전 활약…토트넘 유로파리그 16강 직행 1.

손흥민 전반전 활약…토트넘 유로파리그 16강 직행

4전5기 조건휘, 우상들 꺾고 정상…“하루에 조재호 강동궁 다 이기다니…” 2.

4전5기 조건휘, 우상들 꺾고 정상…“하루에 조재호 강동궁 다 이기다니…”

김하성, 탬파베이와 2년 419억원…팀 내 최고 연봉 3.

김하성, 탬파베이와 2년 419억원…팀 내 최고 연봉

기세오른 KCC…‘봄농구 경쟁, 지금부터’ 4.

기세오른 KCC…‘봄농구 경쟁, 지금부터’

커제, 엘지배 ‘에티켓 실수’로 패배…‘논란의 룰’로 파행 5.

커제, 엘지배 ‘에티켓 실수’로 패배…‘논란의 룰’로 파행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