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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손흥민의 꺾이지 않는 마음 “자랑스럽게 싸웠다”

등록 2022-12-06 06:22수정 2022-12-07 18:07

손흥민이 11월1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손흥민이 11월1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트맨’이 카타르 여정 종착지에 도달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생애 세번째 월드컵을 6일(한국시각) 마무리했다. 최종 결과는 16강 탈락. 부상 투혼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다. 그간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아쉬움 섞인 눈물을 터뜨렸던 ‘울보’는 세번째 월드컵 무대에서도 끝내 환하게 웃진 못했다. 그는 경기 뒤 울먹이며 “국민께 죄송스럽다”며 “선수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자랑스럽게 싸웠고 헌신하고 노력한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사실 카타르를 향한 손흥민의 항해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순조로웠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고, 올 시즌도 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시즌에도 초반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10월 들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는 등 골 감각도 좋았다.

문제는 부상 복병이었다. 뜨거운 담금질이 한창이던 지난 11월2일 손흥민은 프랑스 마르세유와 경기에서 공중볼을 다투다 상대 선수 어깨에 얼굴을 부딪치며 쓰러졌다. 코피를 쏟았고, 코와 눈 주위가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부상으로 조기 교체된 손흥민은 정밀 검진을 받았고,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3주. 안와골절 회복에는 보통 8주가 필요하다고 했다.

월드컵 출전마저 불투명했다.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건 손흥민의 의지였다. 일정을 앞당겨 부상 이틀 만에 수술을 받은 손흥민은 9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고 썼다. 안면보호 마스크를 쓰더라도, 월드컵에 출전하겠다는 의지였다.

손흥민이 지난 11월2일(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트넘과 마르세유 경기에서 얼굴을 다친 뒤 의료진 확인을 받고 있다. 마르세유/EPA 연합뉴스
손흥민이 지난 11월2일(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트넘과 마르세유 경기에서 얼굴을 다친 뒤 의료진 확인을 받고 있다. 마르세유/EPA 연합뉴스

손흥민은 카타르에 예정대로 입성했고, 입성 10시간 만인 11월16일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로 훈련장에 나타났다. 놀라운 회복력이었다. 물론 커다란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팬들이 보기에는 ‘무리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축구 선수들은 항상 리스크(위험)를 가지고 경기를 한다”며 “그 위험을 감수하는 게 제 일”이라며 재차 출전 의지를 밝혔다.

그렇게 꿈꾸던 월드컵 무대에 오른 손흥민은 조별리그와 16강까지 모두 4경기에서 선발 출장했다. 조별리그 1·2차전에 다소 부진한 듯했으나, 그는 16강 진출이 걸린 최종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역전골을 도우며 팀을 구했다. 16강에선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에 맞서 당당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1-4로 크게 패했지만,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아쉬움도 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무득점에 그쳤다. 2014년 브라질(1골)과 2018년 러시아(2골)를 거치며 이어왔던 연속골 기록은 2022년 카타르에서 막을 내렸다. 기존 월드컵 통산 기록(3골)을 4골로 늘리며, 한국 월드컵 최다골 단독 기록과 아시아 최다골 타이기록을 동시에 거머쥐겠다는 꿈도 다음으로 미뤘다.

하지만 득점과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여러 차례 다시 쓰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위험을 무릅쓰고 공중볼을 다투는 손흥민을 보며 우리는 희망과 헌신의 힘을 느꼈다. 2014년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뛰던 막내는 어느덧 그렇게 ‘캡틴’이 되어 서 있었다.

한국 손흥민이 6일(한국시각) 새벽 4시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브라질과 경기에서 전반을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한국 손흥민이 6일(한국시각) 새벽 4시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브라질과 경기에서 전반을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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