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구단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내가 지켜보겠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지난 3일 프로축구 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받으면서 강한 톤으로 발언했다. 후배 지도자에게 구단주와 담판을 지으라고까지 했다.
그가 늘 해왔던 레퍼토리여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이제 막 중국 무대로 진출하는 지도자가 한 말이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장내의 반응은 썰렁했다. 한 구단의 단장은 “도대체 돈을 얼마나 쓰라는 것이냐? 더는 무한 출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프로축구는 축구를 상품화해 파는 서비스 산업이다. 1부 리그의 경우 전북처럼 300억원 이상을 사용하는 구단도 있고, 적게 쓴다는 시민구단도 100억원대를 투입하는 게 예사다. 정규리그 38경기를 비용으로 나누면 한 경기 평균 3억~8억원짜리 상품을 내놓는다.
하지만 수입은 처참한 수준이다. 올해 1부리그 12개 팀의 경기당 평균관중 5444명에 객단가 7400원을 곱하면 4000만원이다. 타이틀 스폰서, 중계권료도 적어 한 경기 팔 때마다 수억원 손해를 본다. 안정적 관중수입(팀당 평균 80억원)과 승리수당 폐지 등 제도 정비를 통해 평균 400억 안팎의 비용에도 팀당 250억원의 수입을 창출하는 프로야구와 차이가 크다.
프로축구단은 구멍 난 재정을 모기업과 시·도에서 홍보비 명목 등으로 메워왔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회수 가치가 없는 사업에 무한정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프로축구 구단은 나름대로 자생력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울산 현대나 수원 삼성,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등은 비싼 스타 선수를 사오기보다는 유소년 선수 육성을 통해 선수단을 충원하려고 노력한다. “관중수입이 10억원만 되더라도 다양한 관중 동원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겠다”고 말한 시민구단 관계자의 말에는 절실함이 있다.
이런 노력이 성공하려면 기업과 지자체, 연맹, 구단 종사자, 팬 모두가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가령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한국의 K리그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식이다. 기대 수익을 노리고 하는 투자와 손해를 감수하고 출혈하는 지출의 개념도 구분해야 한다.
모기업이나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성도 한계점에 이른 상태에서, 원가 계산 없이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어법이 아니다.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