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아시아 챔스리그 출전하려면
감독이 P급 자격증 있어야
제주·전남 감독 P급 자격증 없어 코치로
아시아 챔스리그 출전하려면
감독이 P급 자격증 있어야
제주·전남 감독 P급 자격증 없어 코치로
프로축구 자격증 시대의 도래가 해프닝을 낳고 있다.
15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과 제주, 전남과 상주의 경기에서 빚어진 풍경이 그렇다. 두 경기에서 각각 이긴 제주와 전남의 감독석에서는 이상한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주까지 감독이던 조성환(제주)과 노상래(전남) 사령탑은 이날 수석코치로 트레이너복을 입은 채 벤치를 지켰고, 이들 아래서 수석코치를 하던 정갑석(제주)과 송경섭(전남)은 양복을 입고 감독 역할을 했다. 실제 양쪽 구단은 지난 주말 감독을 수석코치로 내리고,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올리는 인사를 단행했다.
상하 역전의 이상한 인사는 자격증 때문에 빚어졌다. 조성환과 노상래 감독은 지도자 자격증 최상위의 P라이선스가 없다. 이렇게 되면 감독의 P급 자격증 보유를 명시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가 없다. 제주는 3위로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가시권에 있고, 전남(5위)도 3위까지 주는 티켓을 노려볼 만하다. 축구협회컵 4강에 진출한 2부리그 챌린지의 부천도 우승 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어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 P급 자격증이 있는 코치를 선수단 명단 제출 마감시한(28일)에 앞서 감독으로 올린 것이다.
어색한 장면은 이렇게 빚어졌다. 제주는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3-2)해 전북의 34경기 무패행진 도전을 좌절시켰다. 후반 역전골이 터질 때 ‘바지 감독’은 감정을 억눌렀고, 수석코치는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 없었다. 전남도 상주 원정에서 승리(1-0)한 뒤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2013년부터 프로팀 지도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도 이런 변화를 수시로 구단에 알렸다. 전북 최강희, 서울 황선홍, 울산 윤정환, 수원 서정원, 광주 남기일, 상주 조진호 감독 등은 P급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와 거리가 있었던 구단에서는 미처 준비를 못했다.
물론 자격증을 따기가 쉽지 않다. D급(유치부), C급(초등부), B급(중고부), A급(성인부) 자격증을 따려면 단계를 밟아야 하고, A급은 한 달에 2주씩 두 달간 꼬박 수업과 실기에 참여한 뒤 시험을 봐야 한다. P급은 보통 연말에 3주, 이듬해 여름에 3주(해외), 이듬해 말 3주씩 총 9주의 합숙을 거쳐야 한다. 교육도 빡빡하고 논문을 써서 통과해야 한다. 현역 지도자들이 시즌 중에 P급 자격증을 따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불똥을 맞은 조성환, 노상래 감독은 연말에 P급 자격증 코스에 등록할 예정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지 못하면 사령탑에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하재훈 프로축구연맹 감독관은 “감독과 코치의 직위를 맞바꿔 임시방편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축구 지도자들이 전술부터 피지컬, 세계 축구 트렌드까지 난이도 높은 수업을 통해 자격증을 따고 있는 이면을 팬들에게 보여준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