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 AP 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가 확 달라졌다. 여름 이적시장 초반부터 그야말로 폭풍영입이다. 그간 소극적인 영입과 잇단 핵심 선수 이적으로 ‘셀링 클럽’ 취급을 받았지만, 올 시즌엔 두터워진 선수층을 바탕으로 리그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프로 무대에서 아직 우승컵이 없는 손흥민(30)이 득점왕에 이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잉글랜드 이적시장 개막(6월10일)이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토트넘은 이번 여름 벌써 4명을 영입했다. 가장 주목받는 신입생은 브라질 국가대표로
지난달 열린 한국과 친선전에서 선제골을 뽑기도 했던
히샤를리송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에서 팀 내 득점 35%를 담당하던 그는 지난 1일(한국시각) 토트넘과 5년 계약을 했다. 추정 이적료는 5000만파운드(약 790억원)에 달한다.
브라질 국가대표 히샤를리송이 지난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친선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히샤를리송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AP 연합뉴스
히샤를리송은 지난 시즌 하위권을 맴돌던 에버턴(16위) 소속으로 리그에서 11골 4도움을 작성하는 등 잉글랜드 무대 검증을 끝낸 뛰어난 공격수다. 이미 강력한
‘손흥민(23골)-해리 케인(17골)’ 조합에 히샤를리송이 합류하면, 공격진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거란 평가다. 특히 손흥민과 히샤를리송이 왼쪽·오른쪽 날개에서 모두 뛸 수 있어, 주로 왼쪽에서 뛰었던 손흥민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거나 경기 중 위치를 바꿔가며 뛸 수도 있다. 공격 루트가 지금보다 다양해지는 셈이다.
토트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영입이 더욱 관심을 끄는 건, 토트넘이 첼시·아스널 등 리그 내 다른 구단들과 경쟁을 벌인 끝에 히샤를리송 영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간 토트넘은 많은 정상급 선수들을 노렸지만, 다른 경쟁 구단에 밀려 영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거절햄’(거절하다+토트넘)이란 오명까지 얻었으나, 이번엔 영입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뒀다.
무엇이 토트넘을 바꿨을까. 현지에선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안토니오 콘테(53) 토트넘 감독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토트넘에 부임한 콘테 감독은 ‘대부’ ‘독불장군’으로 불리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한다. 특히 과거 첼시와 인터밀란(이탈리아) 사령탑을 맡을 때도 구단이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핵심 선수를 팔면 미련 없이 팀을 떠날 정도로 수뇌부와 기싸움을 불사한다.
토트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토트넘에 부임한 뒤 선수단에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했다. 하지만 짠돌이로 유명한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있기에 구단이 변할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적었다. 오히려 콘테 감독이 결국 팀을 떠날 거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축구가 전체적으로 재정이 불안정했기에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부정적 예상을 뒤집은 건 결국 콘테 감독이 보여준 지도력이었다. 콘테 감독은 부임 당시 리그 9위로 쳐져 있던 토트넘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결과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 기대 이상 성과다. 이는 곧 구단이 벌어들일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토트넘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떠난 뒤 최근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상태였기에 이 결과가 더욱 값졌다.
토트넘 선수들이 5월23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이 리그 23호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이 유력해지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토트넘은 이날 5-0 대승을 거두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노리치/로이터 연합뉴스
능력을 증명한 콘테 감독은 구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7월 한국 방문 등 프리시즌 일정 전에 영입 작업을 끝내달라고 요구했다. 일찌감치 선수단을 구성해 호흡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윙백 이반 페리시치(33),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34), 중앙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26)를 데려오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영국 <풋볼 런던>은 “콘테 감독이 빠른 선수 영입을 요구했고, 구단은 결국 사고방식을 바꿔야 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일(현지시각) “토트넘은 오른쪽 윙백 제드 스펜스(미들즈브러)와 센터백 클레망 랑글레(FC바르셀로나)를 추가로 영입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영입이 현실화하면, 베스트11 명단 절반을 갈아엎는 ‘대개혁’이다. 특히 토트넘은 최근 최대 주주 ENIC 스포츠 그룹에서 1억5000만파운드(약 2350억원)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총알도 충분하다. 정신적 변화를 물질적 풍요가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토트넘은 5일 첫 소집 훈련에 돌입했다. 콘테 감독은 한국 입국(10일) 전에 나머지 선수 영입을 마무리하길 원하고 있다. 새 진용을 갖추고 있는 토트넘은 한국에서 13일(K리그 올스타)과 16일(스페인 세비야) 열리는 친선전을 통해 새로운 선수들을 처음 선보인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