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주장 기성용편…시즌뒤에도 몸만들기 평생습관 “벤투호 16강 내기해도 좋아” 대표팀 후배들 격려 ‘듬뿍’
FC서울의 기성용이 한겨레TV <스포츠왓수다>에 출연해 벤투호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을 때의 성적을 예측했다.
“다시 몸 만들어야죠.”
16일 경기도 구리의 지에스(GS)챔피언스파크. 시즌도 끝났는데 훈련하러 나온 FC서울의 주장 기성용(32)에게 휴식은 없다. 한겨레TV <스포츠왓수다> 제작팀이 “쉬고 싶지 않으냐?’라고 묻자, 그는 “지금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상체 위주 웨이트로 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의 핵심 미드필더(110경기 10골)로 뛰었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리그 등 ‘큰물’을 경험한 기성용. 스완지시티 시절을 “축구 인생의 절정기”라고 말하는 그가 안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안익수 FC서울 감독은 “아마도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습관이 붙은 것 같다. 거긴 붙박이가 없다. 방심하면 아웃되는데, 그곳에서 하던 게 몸에 밴 것 같다”고 추측했다.
기성용의 설명도 비슷하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부족하면 누군가 뛰어야 한다. 다른 선수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그래서 더 체력 관리를 한다.” 시즌 기성용의 경기당 주파 거리는 후배들과 똑같았다는 게 안 감독의 말이다. 이쯤 되면 기성용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자신과의 싸움, 그 승부욕과의 겨룸일 것이다.
택배처럼 정확한 롱패스를 뜻하는 ‘기택배’, 스티븐 제라드(현 애스턴빌라 감독)를 빗댄 ‘기라드’라는 별명은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그의 열정이 일궈낸 것들이다.
확실히 기성용은 축구에 미쳤다. 팀 휴식이나 이동 시간, 잠자기 전에도 축구 영상을 본다고 한다.“나도 축구 선수지만 잘하는 선수들 경기 보면 재미있다. 이피엘이나 라리가, 대표팀이나 K리그 등 경기를 가리지 않고 본다.” 시즌 중에는 상대 팀 전력 분석에도 꼼꼼하다. 이런 까닭에 안익수 감독은 기성용을 ‘성용이 형’이라 부른다. 또 선수들한테 “기성용의 걸음걸이조차 배우라”고 주문하는데, 이 말에는 안 감독의 축구는 ‘기성용이 있어 가능했다’라는 신뢰감이 들어 있다.
기성용은 “감독님의 존중에 부담이 있지만, 그만큼 더 좋은 모습 보이려고 한다. 내가 경험한 좋은 것들도 후배들한테 많이 얘기 한다”고 전했다.
FC서울의 주장 기성용. 그의 탄탄한 체형과 여유로운 공 배급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준비에서 나온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성용은 FC서울맨이다. 2006년 처음 입단한 팀이 서울이다. 셰놀 귀네슈 감독을 만나 주전으로 발돋움한 뒤 2009년 셀틱으로 이적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서울에서의 성장이 바탕이 됐다. 올 시즌 복귀해 30경기 이상 전력 질주한 것은 자존심 때문이다. 기성용은 “서울은 내가 처음 축구를 시작한 추억의 팀이다. 어렸을 땐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내가 25살만 됐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며 웃었다.
실제 FC서울은 시즌 막판 강등 위기를 겪었다. 마음고생이 심할 때마다 큰 힘이 됐던 것은 가족이다. 기성용은 “딸이 많이 커서 경기 못 하면 욕 많이 먹는다. 더 열심히 뛰게 된다”라고 했다. FC서울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 이청용(울산)과도 자주 통화한다. 그는 “몇 년 안 남은 만큼 항상 부상 조심하자는 얘기를 서로 한다”고 소개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기량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기성용은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표팀에서 나올 때 계획이 있었다. 어린 선수들한테 기회가 돌아가면, 4년 시간 속에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생각했다. 황인범 등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표팀 축구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는 “벤투호의 전술이 세계적 트렌드에 맞는 것 같다. 전술과 팀 운영에 선수들이 잘 소화하면서 많이 익숙해졌다. 월드컵 본선에 가면, 부상 선수가 없으면 16강도 충분하다”고 예측했다. “내기해도 좋냐?”는 질문에, “16강 못 가면 밥 사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 구리 지에스챔피언스파크에서 <스포츠왓수다>와 인터뷰하는 기성용.
손흥민 등 대표팀 후배들이 장거리 이동하면서 월드컵 예선에 나서는 어려움에 대한 안쓰러움도 전했다. “과거 스코틀랜드에서 일요일, 일본에서 수요일, 다시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토요일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시차 적응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더 뛰어야 하는 것이 대표선수다.” 대표팀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손흥민에 대해서는, “내가 흥민이한테 뭐라고 얘기하겠는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선수다.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 부상 당하지 않고 지금처럼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팬들이 내 경기보고 집에 갈 때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시즌을 준비한다. 하지만 올해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늘 응원해주는 팬들에 감사하다. 내년엔 더 좋은 모습으로 좋은 축구 하도록 노력하겠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라”며 새해 인사를 했다.
한겨레TV <스포츠왓수다>도 기성용 편을 마지막으로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에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 드린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제작진
프로듀서 | 이경주
진행 | 김창금 김우석
기술 | 박성영
음향 | 사공난
카메라 | 장승호 권영진
색보정 / 종합편집 | 문석진
행정 | 김양임
조연출 | 임여경
연출 | 이경주
제작 | 한겨레TV X 이우커뮤니케이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