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왼쪽)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 감독과 전희철 서울 에스케이(SK) 감독이 23일 서울 케이비엘(KBL)센터에서 열린 2022∼2023 SKT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트로피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L 제공
스포츠에서 서사의 단초가 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조건은 ‘재회’다. 하나뿐인 승자의 자리를 두고 겨루는 둘의 이야기가 반복되면, 자연스레 역사가 된다. 2010년대 후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이 세 차례 승점 레이스를 벌였고, 비슷한 시기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래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파이널에서 네 번이나 격돌하며 역사를 썼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도 징조가 보인다.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의 두 주인공은 올해도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와 서울 에스케이(SK)다. 에스케이의 4-1 승리로 끝났던 지난해 맞대결에 이은 재회다. 내용을 뜯어보면 서로 처지를 맞교환한 모양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휩쓸었던 에스케이는 올해 정규 3위로 플레이오프 분투를 벌였고, 지난 시즌 정규 3위로 챔프전까지 올랐던 인삼공사는 올해 리그와 동아시아 슈퍼리그를 제패하고 3관왕을 노린다.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변준형(왼쪽) 서울 에스케이(SK) 김선형이 23일 서울 케이비엘(KBL)센터에서 열린 2022∼2023 SKT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트로피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L 제공
최종 무대로 향하는 길은 두 팀 모두 험준했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준우승 뒤 에이스의 이탈(전성현 이적)과 감독·코치진 재편을 겪었다. 특기할 만한 보강 없이 새 시즌을 맞이했고 대권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리그 역사상 세 번째 ‘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내며 반전을 만들었고, 김상식 신임 감독의 안정적인 리더십 속에서
3년 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대업도 썼다. 남은 건 에스케이에 준우승 설움을 갚아주는 일뿐이다.
에스케이도 주전 이탈에 허덕였다. 김선형, 자밀 워니와 함께
우승 주역이었던 최준용은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있다. 이들 ‘빅 쓰리’의 빈 자리를 채워주던 안영준(입대)도 없었다. ‘우승 다음 해면 어김없이 하위권으로 추락한다’는 에스케이의 지긋지긋한
롤러코스터 법칙이 살아나는 듯 했으나, 전희철 감독은 어느새 강팀의 리듬을 되찾았다. 특히 리그 6라운드부터 4강 플레이오프까지
15연승 전승 가도가 눈부시다.
인삼공사의 오마리 스펠맨(왼쪽). KBL 제공
챔프전은 리그 대표 선수들이 부딪히는 전면전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결승에서는 부상 후유증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인삼공사의 원투펀치 변준형과 오마리 스펠맨은 올 시즌 리그 베스트급 자원으로 도약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변준형은 플레이오프에서도 15.3득점 4.5도움 전부 팀 내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다만 스펠맨은 정규시즌에 비해 플레이오프 득점(19.9점→14점)과 3점슛(7.7시도 2.8성공→5.8시도 2성공)이 다소 떨어졌다. 반등이 필요하다.
에스케이는 자타공인 ‘역전의 명수’다. 정규 1위 인삼공사의 두 에이스를 누르고 리그 최우수선수를 석권한 김선형과 워니를 필두로 필요할 때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해준 결과, 매 경기 매 쿼터 극적인 뒤집기가 펼쳐졌다. 23일 챔프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전희철 감독 역시 “저희가 도전자의 입장에서 챔프전에 임한다. 역전의 명수답게 챔프전에서도 뒤집기를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동석한 김선형도 “(경기 마다) 미친 선수가 많이 나왔다. 팀에 히든카드가 많다”고 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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