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23)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야구 불모지 제주도가 배출해낸 야구선수는 오봉옥 등 꽤 있었지만, 강민호처럼 골든글러브까지 받은 선수는 없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는 중학교때부터 포항에서 지냈다. 제주도에 마땅한 중·고등학교 야구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만 열두살때부터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깨우쳤다. 가족과 친구가 없는 곳에서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숙소 옥상에서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때마다 힘이 돼준 것은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이던 안영숙 선생님이 써준 편지였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된 상태로 ‘미래의 박찬호가 될 민호에게’로 시작되는 그 편지를 읽으며 그는 “반드시 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막내의 힘든 모습을 들킬까봐 제주도집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사나이로 태어나 약한 모습을 보이긴 정말 싫었다.
프로선수가 된 뒤 가진 첫번째 꿈은 소박했다. 사직구장에서 팬들에게 이름이 불리는 것. 데뷔 초 프로 2군에서 뛰면서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1군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도 프로야구 선수인데, 이사람들에게 이름 한번 불려보고 싶다’는 열망을 느꼈다. 그의 꿈은 얼마 안 돼 현실이 됐고, 이젠 사직구장 뿐만 아니라 다른 구장에서도 그의 이름이 들어간 “롯데에 강민호 워어어어~” 응원가가 쩌렁쩌렁 울린다.
2008년. 그는 야구선수로서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뤘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연말 시상식에선 박경완(SK) 등 대선배들을 제치고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인상적인 하마 세리머니로 골든포토상까지 손에 쥐었다. 제주 신광초등학교 6학년때 야구부 응원을 갔다가 야구에 반했고, 반 대항 야구대회때 타자상·투수상 등 모든 상을 휩쓸며 뒤늦게 야구와 인연을 맺은 그가 프로 데뷔 5년 만에 스타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1985년생 소띠인 그는 다가오는 소띠해에 또다른 꿈을 꾼다.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안 선생님을 포함한 고향 사람들에게 이름이 불리며 당당히 제주 오라구장에 서고 싶다. 그러려면 반드시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야만 한다. 프로야구는 전년도 우승팀, 준우승팀이 다음해에 한차례 정도 제주도에서 정규리그나 시범경기를 치른다. 화통하게 “내년엔 올해보다 더 잘행, 대박내쿠다”라는 그의 2009년 각오가 당차기만 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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