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이 유력했던 ㄱ선수가 탈락했다. 결과가 의아스러워 “누구를 찍었느냐”고 한 선배에게 물으니 “당연히 ㄱ이 뽑힐 줄 알고 ㄴ을 찍었다”고 답했다. ㄱ은 평소 말수가 적고 인터뷰하기가 까다로웠다. 하지만, ㄴ은 늘 웃었고 상냥했다. ㄱ, ㄴ선수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골든글러브 투표기간이 왔다. 매번 투표를 하다보면, 당선자(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늘 그래왔다. 시즌 성적이 월등하지 않는 한,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는 수상하기 힘들다. 인지도가 없는 선수는 타율이 2~3푼 높더라도 수상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이나 대기록이 없는 한, 외국인선수나 지방구단 소속선수에게도 인색하다.
이런 이유로, 공격력과 수비력을 동시에 보는 부분별 최고선수를 가리는 상이라해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하고(1998년 두산 타이론 우즈), 타격 2관왕(타율·최다안타)이 미역국을 먹는다(2007년 기아 이현곤).
골든글러브는 이렇 듯 빈틈이 많다. 사람이 뽑는 상이기 때문이다. 수상자가 이름값에 많이 좌우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올스타 투표가 팬들의 인기투표라면, 현 골든글러브 투표는 기자들의 인기투표나 다름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메이저리그에는 포지션별 수비율로 정하는 골드글러브와 각 포지션별로 타격이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수여되는 실버슬러거상이 따로 있다. 특히, 골드글러브는 메이저리그 감독 및 코치들(소속선수에게 투표할 수는 없다)의 투표로 정해져 현장 사람들이 인정하는 선수들로 채워진다. 최근 들어 선정방식이 입길에 오르고는 있지만, 한국보다는 낫다. 일본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와 비슷하게 골든글러브(수비)와는 별도로 베스트 9(공·수 모두 고려)을 따로 뽑는다.
굳이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방식을 따르자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정하자는 것이다. 미·일처럼 공·수를 따로 나누어 수상자를 선정하거나, 기자단 투표와 현장 코칭스태프 투표를 50대 50 비율로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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