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지난주 〈MBC-ESPN〉 ‘이경규의 골프의 신 2’ 중 한 장면. 초대손님들의 어프로치샷이 그럴 듯했다. 첫 샷은 맞바람 때문에 벙커에 빠졌지만, 두번째 샷은 자칭 ‘골신’이라는 이경규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정확했다. 이날의 초대손님은 한화 베테랑 송진우와 정민철. 비시즌을 맞아 그라운드가 아닌 필드에 섰다. 깔끔한 스윙동작에 말솜씨도 수준급.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었다.
그라운드 위에 눈 혹은 먼지만 소복이 쌓이는 스토브리그. 텔레비전을 켜면 ‘뜬끔없이’ 야구 선수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명랑히어로-두번 살다’엔 진갑용(삼성)과 김민재(한화)가 깜짝출연했다. 양준혁(삼성)은 지난해 〈MBC〉 ‘무릎팍도사’에 이어 올해는 〈KBS 2TV〉 ’상상플러스-시즌 2‘에 나왔다. 방송 카메라에 익숙해져서인지 그는 지난 11일 지상파로 생중계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앙증맞은 춤까지 선보였다. 박용택·심수창 등 엘지 선수들 7명은 〈KBS 2TV〉 ‘1대100’ 출연섭외를 받고 이달말 녹화에 들어간다.
선수들의 방송 외유는 지난해까지는 다소 뜸했다. 정수근(롯데)처럼 톡톡 튀는 젊은 선수들이 간혹 오락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했으나, 잠깐이었다. 선수보호에 나선 구단의 만류와 카메라를 지나치게 의식한 선수들의 회피로 방송카메라와는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에스케이 선수들은 시즌 내내 〈OBS〉 ‘불타는 그라운드’ 주인공으로 나섰다. 두산 이종욱은 아예 해외로 눈을 돌려 내년 1월3일 방송예정인 일본 〈TBS〉의 ‘스포츠맨 넘버원 결정전’에 출연, 호나우지뉴 등과 녹화를 마쳤다.
방송 뿐만 아니라 광고출연 섭외도 늘고 있는데, 두산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김광현(SK)이 이미 광고를 찍었고, 이대호·박기혁·강민호·김주찬 등 롯데 주요선수들이 현재 유제품 광고 출연을 의뢰받고 의견을 조율 중이다. 방송이나 광고 출연에 적극적인 일본·미국 야구선수들을 생각하면 한국선수들의 방송 외유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난달 엉겁결에 아들 정후군과 〈MBC 드라마넷〉 ‘식신원정대’에 얼굴을 비췄던 이종범(KIA)은 “오프시즌에는 훈련에 방해받는 것도 아니고, 날마다 야구하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다른 면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니 방송출연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이 연예인화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그라운드 탈출기는 정겹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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