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커송에 태극기를 꽂다 = 23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벌어진 올림픽 야구 결승전 한국과 쿠바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이진용 등 선수들이 마운드에 승리의 태극기를 꽂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전 쿠바에 3:2 진땀승…구기종목 16년만 금메달
이승엽 2타점 홈런·류현진 ‘괴물투’ …승리의 밑거름
김경문감독 “가장 힘든 경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승엽 2타점 홈런·류현진 ‘괴물투’ …승리의 밑거름
김경문감독 “가장 힘든 경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정대현이 3구를 던졌다. 방망이에 맞은 공이 정대현의 오른쪽을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공은 박진만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그 때부터 (고)영민에게 공이 전달되고, 다시 (이)승엽이 형에게까지 가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보다 더 이상 짜릿할 수 있을까? 9회말 선두타자가 안타를 쳤어도 선발 류현진은 계속 던졌다. 희생번트로 주자가 2루에 간 뒤 류현진이 연속 볼넷을 던져 1사 만루가 됐다. 점수는 3-2, 1점 차의 아슬아슬한 리드. 충분히 역전 끝내기 승부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과 쿠바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뒤바뀌었다. 쿠바는 우승을 예감한 듯 들썩였고, 한국은 표정이 모두 굳어졌다. 1사 1·2루 볼카운트 2-3에서 류현진의 공이 볼로 판정되자, 포수 강민호가 강하게 항의한 뒤 글러브를 집어던지면서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하지만 판정은 뒤집혀지지 않았고 여전히 한국에겐 불리한 상황이었다.
류현진을 끝까지 믿고 던지게 하려던 김경문 감독도 작전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강민호가 퇴장당했기 때문이었다. 투수는 정대현이었고, 포수는 진갑용이었다. 정대현은 공 3개로 이 숨막히는 모든 순간을 정리했다. 한국 야구가 세계 정상에 서는데 완벽한 마무리 몫을 해내며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의 순간을 연출했다. 한국 야구가 23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메인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세계 최강 쿠바를 3-2, 1점 차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구기종목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핸드볼이 1988년 서울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둔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승엽은 일본 준결승과 쿠바 결승 두 경기에서 모두 결승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어 이번 우승의 최대 공로자가 됐다. 이승엽은 1회 초 이용규의 타구가 중견수 앞 행운의 안타가 된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노베르토 곤살레스의 바깥쪽 변화구를 밀어쳐 우월 투런 결승포를 터뜨렸다. 이번 대회 타격 2위를 달리던 이용규는 팀 첫 안타로 이승엽의 홈런 때 선취득점을 하면서 팀 승리의 물꼬를 튼 뒤 2-1로 앞서던 7회 2사 1·2루에선 쿠바의 간판 투수이면서 구원등판한 라조 페드로 루이스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 끝을 맞히는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류현진은 8⅓회 동안 5개의 안타(2홈런)와 볼넷 2개를 내주며 팀 타율 0.300의 쿠바 강타선을 2실점으로 묶어 팀 승리의 든든한 밑돌을 놨다. 마무리 정대현은 9회말 1사 만루에서 쿠바의 6번타자 율리스키 구리엘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먼저 꽂아넣은 뒤 유격수 병살땅볼을 이끌어내 역시 든든한 마무리임을 재확인시켰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24명의 태극전사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지만, 병살타를 친 쿠리엘 율리스키는 1루를 지나, 오른쪽 외야에 드러누워 더그아웃에 들어오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그를 데리러가기 전까진. 모자 창 안쪽에 금메달을 써놓고 출전한 이승엽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잘 싸워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2군에서 어려웠을 때 식구들이 고생하면서 늘 잘 해준 게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교체된 류현진은 “공이 맞는 순간 더그아웃에서 뛰어나왔는데 병살타였다”며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했다. 위기 상황을 잘 끝낸 정대현은 “정말 던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다”며 “2구는 실투를 했는데 타자가 치질 않아 이젠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깥쪽 높은 변화구로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대통령한테 전화가 왔는데 무슨 얘길 하는지 도저히 들리지 않아 그냥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만 했다”며 “오늘 경기가 가장 힘들었고, 아직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또 “다른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왕이면 류현진이를 계속 던지게 하려 했는데, 1사 만루가 되는 바람에 병살 아니면 진다는 생각으로 정대현을 넣었는데 너무 잘해줬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야구대표팀은 애초 예정됐던 입국 일정을 24일에서 25일로 늦춰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할 해단식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한국 야구 금메달 = 23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야구 결승전 한국대 쿠바 경기에서 한국이 쿠바를 이기고 금메달이 확정되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을 끝까지 믿고 던지게 하려던 김경문 감독도 작전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강민호가 퇴장당했기 때문이었다. 투수는 정대현이었고, 포수는 진갑용이었다. 정대현은 공 3개로 이 숨막히는 모든 순간을 정리했다. 한국 야구가 세계 정상에 서는데 완벽한 마무리 몫을 해내며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의 순간을 연출했다. 한국 야구가 23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메인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세계 최강 쿠바를 3-2, 1점 차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구기종목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핸드볼이 1988년 서울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둔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야구 세계 최강 등극 = 23일 오후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 한국 대 쿠바 경기에서 세계 아마최강 쿠바를 꺽고 세계 정상에 등극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 김경문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엽은 일본 준결승과 쿠바 결승 두 경기에서 모두 결승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어 이번 우승의 최대 공로자가 됐다. 이승엽은 1회 초 이용규의 타구가 중견수 앞 행운의 안타가 된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노베르토 곤살레스의 바깥쪽 변화구를 밀어쳐 우월 투런 결승포를 터뜨렸다. 이번 대회 타격 2위를 달리던 이용규는 팀 첫 안타로 이승엽의 홈런 때 선취득점을 하면서 팀 승리의 물꼬를 튼 뒤 2-1로 앞서던 7회 2사 1·2루에선 쿠바의 간판 투수이면서 구원등판한 라조 페드로 루이스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 끝을 맞히는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류현진은 8⅓회 동안 5개의 안타(2홈런)와 볼넷 2개를 내주며 팀 타율 0.300의 쿠바 강타선을 2실점으로 묶어 팀 승리의 든든한 밑돌을 놨다. 마무리 정대현은 9회말 1사 만루에서 쿠바의 6번타자 율리스키 구리엘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먼저 꽂아넣은 뒤 유격수 병살땅볼을 이끌어내 역시 든든한 마무리임을 재확인시켰다.
23일 오후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 한국 대 쿠바 경기에서 한국의 선발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24명의 태극전사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지만, 병살타를 친 쿠리엘 율리스키는 1루를 지나, 오른쪽 외야에 드러누워 더그아웃에 들어오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그를 데리러가기 전까진. 모자 창 안쪽에 금메달을 써놓고 출전한 이승엽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잘 싸워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2군에서 어려웠을 때 식구들이 고생하면서 늘 잘 해준 게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교체된 류현진은 “공이 맞는 순간 더그아웃에서 뛰어나왔는데 병살타였다”며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했다. 위기 상황을 잘 끝낸 정대현은 “정말 던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다”며 “2구는 실투를 했는데 타자가 치질 않아 이젠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깥쪽 높은 변화구로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역시 이승엽! = 이승엽이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야구 결승 한국-쿠바 전 1회초 2사 1루, 투런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 대표팀 파이팅 =23일 저녁 잠실야구장에서 많은 시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 한국-쿠바 경기를 시청하며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은 “대통령한테 전화가 왔는데 무슨 얘길 하는지 도저히 들리지 않아 그냥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만 했다”며 “오늘 경기가 가장 힘들었고, 아직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또 “다른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왕이면 류현진이를 계속 던지게 하려 했는데, 1사 만루가 되는 바람에 병살 아니면 진다는 생각으로 정대현을 넣었는데 너무 잘해줬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야구대표팀은 애초 예정됐던 입국 일정을 24일에서 25일로 늦춰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할 해단식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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