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클래식 한국과 일본의 4강전을 보려고 1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태극기와 막대풍선을 흔들며 흥겹게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비록 한국이 0-6으로 졌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국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일본전 0-6 패배 불구 또 하나 ‘초 일류 히트상품’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애니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
한국이 세계시장에 또 하나의 ‘초일류 히트상품’을 쏴 올렸다. 바로 2006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참가한 ‘한국 야구대표팀’이다.
한국 대표팀은 19일 일본과의 준결승(0-6패)에서, 한 대회에서 세 번이나 붙어야 하는 이상한 대진방식의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보여준 대표팀의 △정교한 경기 운영능력 △승리를 향한 집념과 단결 △무결점 수비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믿음과 대화를 앞세워 그만의 독특한 ‘인화 야구’를 구축한 김인식 감독은 한국인의 경영능력이 세계 정상급임을 경기를 통해 잘 보여줬다.
미국 스포츠전문 웹사이트 <이에스피엔>(ESPN)의 칼럼니스트 피터 개먼스는 18일(한국시각) 한국 선수들이 훈련 중인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를 직접 찾아와 “한국은 퍼펙트한 팀”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보여준 경기 내용은 투수와 타자는 물론 수비·주루 모두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한 수 아래의 상대라고 여기던 한국에 두 번이나 지며 망신을 당한 일본 쪽은 한국의 승리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등잔 밑’을 보지 못했음을 한탄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은 우연이거나 스포츠 차원에만 머무는 성과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자신감, 실력을 상징하는 문화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면에서 이미 반도체·휴대폰·자동차·조선·전자제품 등이 세계시장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문화면에서 영화와 드라마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의 힘’이 야구대표팀을 통해 나타나고, 야구대표팀이 한국의 이런 저력을 확인하고 뒷받침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대한야구협회 구경백 홍보이사는 “한국팀이 경기운영 방식의 희생양이 돼 결승에는 가지 못했지만, 너무 잘 싸웠다”며 “국내외파를 가리지 않고 하나가 돼 싸운 이번 대표팀은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실력과 정신을 마음껏 보여줬다. 이들이 자랑스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의 선전이 척박한 환경 속의 성과라는 점에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구 이사는 “일본에는 고교야구팀이 4137개인 데 비해 한국은 57개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계속 좋은 성적을 내려면 기반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야구팀은 좋은 꽃을 피우려면 밭을 잘 가꿔야 한다는 교훈도 동시에 남겼다.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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