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본선 B조 1라운드 B조 중국과 경기 1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을 앞두고 걱정을 했었다. 대회가 열리는 3월 성적이 그동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 열리는 시범경기 때 이정후는 타율 0.266, 출루율 0.321를 기록했었다. 그의 시즌 통산 성적(타율 0.342, 출루율 0.407)과는 꽤 차이가 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정후는 올해 비시즌에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격 폼 또한 빠른 공을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할 수 있게 간결하게 바꿨다. 전년도 타격 5관왕의 모험일 수도 있었는데 언제나 그랬듯 “해마다 더 나아지고 싶은 욕심”으로 주저 없이 도전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WBC에서 나왔다.
이정후는 WBC 본선 1라운드 조별리그 4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 2볼넷 5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500. 리그 통산 성적보다 더 나은 활약이었다. 콜드패에 가까운 패전(4-13)을 기록한 일본전에서도 혼자서 멀티 히트(4타수 2안타)를 터뜨렸다. 이정후는 대회를 마친 뒤 “빠른 공들과 많이 변화되는 공을 치려고 겨울에 준비했다. 그것을 시험할 수 있는 무대였다”면서 “일본 투수들 공을 헛스윙 없이 대처했다는 게 수확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의 저조한 성적을 낸 것에 대해서는 “많이 팬들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나를 비롯해 많은 어린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우리의 기량이 세계의 많은 야구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고 느끼는 대회였다.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더 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WBC 대회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엘지(LG) 트윈스 코치가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할 때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일본 팬들도 꽤 많다. WBC가 열린 도쿄돔에서도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일부 일본 팬들이 그에게 환호를 보냈다. 이정후는 “일본에서 뛸 생각이 없느냐”는 일본 기자 질문에 “지금은 한국에서 더 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에서 더욱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뒤 포스팅(공개 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이정후의 미국 현지 에이전트는 ‘미다스의 손’ 스콧 보라스라서 그의 미국 진출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대회 시작 전 WBC는 메이저리그를 향한 이정후의 쇼케이스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투수진의 붕괴 속에 대표팀은 3회 연속 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으나 어려움 속에서 메이저리그로 향한 길은 스스로 닦은 이정후였다.
도쿄/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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