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6회말 한국 투수 김윤식이 공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13년, 2017년 그리고 2023년 3월은 한국 야구에 잔인한 달이다. 세계야구클래식(WBC) 3회 연속 첫 경기에서 패했고, 올해 대회에선 14년 만에 마주친 일본(10일)에 콜드패에 가까운 패전(4-13)을 기록했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체코전에서는 선발 박세웅(4⅔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과 홈런 2개를 쳐낸 김하성(4타수 2안타 2타점)의 활약 덕에 7-3 승리를 거뒀으나 뒤늦은 대회 첫 승 신고였다.
한국은 13일(저녁 7시) 중국과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한다. 앞서 열리는 경기(낮 12시)에서 체코가 호주에 4점 이상 주고 이겨야만 한국은 2라운드 진출 희망이 생긴다. 한국이 중국을 이길 경우 한국, 호주, 체코는 2승2패 동률을 이루고 최소 실점률(실점/수비 아웃카운트)을 따진 뒤 순위를 가리게 된다. 일본은 12일 호주전서 승리하면서 4전 전승 B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한국의 WBC 부진은 복합적이지만 마운드 붕괴가 제일 컸다. 단기전은 투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손쓸 틈 없이 와르르 무너졌다. 대표팀 투수 세대 교체와 맞물린 영향이 있다.
한국은 9일 호주전(7-8), 10일 일본전(4-13)에서 상대에 총 21점(모두 자책점)을 내줬다. 2패를 하는 동안 23안타를 두들겨 맞았고, 14사사구(볼넷 10개+몸에맞는공 4개)를 허용했다. 도쿄 현장의 한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스트라이크를 전혀 던지지 못한다. 이게 한국 야구 현실”이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대표팀 15명 투수 중 7명은 태극 마크를 처음 달았다. 대표팀 경험이 있는 8명 중 고영표, 원태인, 이의리 또한 도쿄올림픽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국가대표다. 구창모도 이전까지 대표팀 투수로 단 1⅓이닝(2017년)만 던졌을 뿐이었다. 훈련 환경도 썩 좋지 못했다. 애리조나 날씨가 이상 저온을 보이며 구속 올리기도 여의치 않았고, KBO리그보다 미끄러운 공인구(롤링스) 적응도 힘들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는 대표팀 투수들이 몸도 덜 만들어진 상태로 한일전 등 중압감 심한 경기에 나섰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투수 용병술도 대회 규정에 막혀 먹히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이닝이 바뀌지 않는 한 반드시 3타자를 상대해야만 교체될 수 있다. 어깨 통증(고우석)과 컨디션 저하 및 공인구 적응 실패(이의리, 구창모) 등의 이유로 투수 가용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은 대표팀을 옥죄었다. 베테랑 양현종부터 영건 김윤식까지 난조를 보이는데 곧바로 바꿀 수 없던 이유다.
투수들에 비해 컨디션이 좋다고 평가 받은 야수들 또한 호주, 일본전에서 클러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양의지, 이정후, 박건우 정도만 활약했다. 2라운드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호주전 8회말 공격 때 6사사구를 얻어내는 상황에서 적시타 하나가 나오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 메이저리그 키스톤 콤비로 주목 받은 토미 현수 에드먼과 김하성 또한 체코전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도쿄/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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