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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편집국에 날아온 ‘야구 러브레터’

등록 2022-03-30 08:59수정 2022-03-30 09:09

한겨레 편집국에 도착한 독자의 편지.
한겨레 편집국에 도착한 독자의 편지.

“오겐키데스카?”(잘 지내시나요?)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는 한 통의 편지로 시작한다. 조난 사고로 연인을 잃은 와타나베 히로코는 졸업앨범에서 그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편지를 쓴다. 그저 연인을 잊지 못해 적은 편지다. 그런데 뜻밖에도 “와타시와 겐키데스”(저는 잘 지냅니다)라고 적힌 답장을 받는다. 히로코는 이 편지의 비밀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지난 17일 ‘당신의 야구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공고를 낸 뒤 <한겨레> 스포츠팀이 마련한 전자우편함(이메일)에도 편지가 차곡차곡 쌓였다. 이제 여든살에 접어드는 한 독자는 직접 종이에 에이포(A4) 3장 분량의 글을 적어 편집국에 우표를 붙인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기대 이상의 관심이다.

프로야구 40년 세월에 얽힌 저마다의 기쁨과 슬픔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찡했다. 처음 프로야구가 시작되던 때의 환희, 응원하는 팀이 무너졌을 때의 아픔, 최근 음주사건 등 선수들이 벌인 일탈로 인한 염려까지. 온갖 감정이 뒤엉켜있었다. 이 편지들 또한 답장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애절한 마음으로 꾹꾹 눌러 썼으리라.

이 사연 중 일부를 골라 소개해야 한다니…. 아직 선별 작업을 마치지 않았는데도, 벌써 소개되지 못할 사연과 독자들이 눈에 밟힌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혹시 내 사연이 소개되진 않을까 두근거렸던 기억은 없지만, 차라리 그쪽이 속이 편할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그깟 공놀이’일지 몰라도, 이들에게 야구는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큰 일부였다. 짜릿한 역전 만루 홈런에 대한 기사보다도, 실은 이들의 이야기가 스포츠의 진짜 의미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러브레터>는 흔히 단순한 멜로 영화로 알려졌지만, 실은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독자들의 편지도 언뜻 보면 ‘추억’을 담고 있지만, 실은 지나간 40년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40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설원에서 “잘 지내시나요”라고 외쳤듯, 흰 종이 위에서 절절히 외치고 있었다. 앞으로도 야구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이다.

지난해 11월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는 28일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팬 서비스와 일탈 행동 금지를 당부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팬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각종 사건, 사고, 국제대회 성적 부진 등으로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급기야 이탈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던 점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절박함을 야구계가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로야구 위기의 시대에 팬들의 마음을 얼마나 잘 담아 전달할 수 있을까. 벌써 슬쩍 부담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더 많은 이가 프로야구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들의 절절한 사연이 구단, 선수에 닿았으면 한다.

*사연 보낼 곳 hanibaseball@gmail.com 혹은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6 한겨레신문사 6층 스포츠팀.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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