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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아버지의 마지막 날과 신문

등록 2021-03-04 07:59수정 2021-03-04 09:56

한겨레신문.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 박미향 기자

며칠 전 감사 인사가 늦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부친의 장례식을 치르느라 연락할 틈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전통주 판매 상점을 운영하며 우리 술 홍보에 열정을 쏟는 이였죠. 몇 달 전 그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그의 부친은 마흔 중반에 들어선 딸이 늘 걱정이었답니다.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날 자신의 이름이 오롯이 적힌 신문을 읽어드렸답니다. 제대로 잘살고 있다고, 이젠 신문에도 이름이 날 정도라고 말이죠. 신문이 그의 슬픔과 함께했습니다. 위로가 되었습니다. 종이 신문의 추락을 예견하는 이가 많지만, 신문은 여전히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 인간의 역사가 방증하고 있지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게 범죄’였던 미국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의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가 태어난 해는 인종 간 결혼을 금지했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절정에 이른 때였죠. 그의 부친은 백인이었고, 모친은 흑인이었습니다. 그의 자서전 <태어난 게 범죄>의 제목처럼 그의 출생은 범죄의 증거였습니다. 차별은 겨울날 폭설만큼 차곡차곡 그를 에워쌌습니다. 어느 집단에도 속할 수 없었던 그는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불행하게 살았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결국 그는 성공한 코미디언이 되었고, 이젠 그의 인생을 천연덕스럽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가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울창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자신에게 있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이번주 ESC는 침잠의 시간을 제공하는 취미를 소개합니다. 이름도 생소한 라탄과 자작나무 껍질로 한 땀 한 땀 바구니 등을 만들다 보면 마음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그 소리에 몰입하면 각자도생 시대를 이겨낼 힘을 얻지 않을까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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