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에 있는 벽초지 수목원. 유럽 신화와 역사 속 인물 석상 40~50점이 있다. 김선식 기자
점심때 동료 몇 명과 해외여행 얘기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본래 갈 수 없으면 더 그립고, 못 먹게 되면 더 침이 고이고, 만날 수 없으면 더 애절한 법입니다. 지금 해외여행이 그런 것이죠. 소소한 국내여행만으로는 일상 탈출의 해방감을 맛볼 수 없습니다. 단절, 해외여행은 단절입니다. 자처한 고립이 주는 짜릿함을 무엇에 비교하겠습니까!
스위스의 여러 호수, 햇빛 찬란한 하와이, 고갱의 타히티 등 듣기만 해도 신나는 여행지가 밥상을 메웠지요. 그러다가 엉뚱한 데로 흘렀습니다. ‘앞으로’가 아니라 ‘옛날에’로 말이죠. 갔던 곳 중에 ‘호구로 만드는 여행지’를 꼽기 시작했습니다.
1위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 여러 나라가 전통의상을 입혔던 동상이죠.(2017년엔 한복을 입기도 했습니다.) 대략 60㎝인 동상은 충격적으로 초라하다는군요. 2위는 덴마크 코펜하겐 ‘인어공주 동상’. 코펜하겐의 대표 관광지라니 셔터부터 누르는데, ‘왜 찍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군요. 3위는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여기를 꼽은 동료는 “언덕인지 둔덕인지, 가이드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곳”이라며 여행 당시 강렬했던 실망감을 토로했죠. 우리가 꼽은 이곳들을 ‘허무한 여행지’로 선정한 여행객도 많더군요. 우린 더 허무해지고 더 허기지게 되었답니다. 허무한 여행지라도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ESC가 이번주 이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외국인 듯, 외국 아닌 듯!’ 주소는 한국이지만, 풍경은 동남아, 유럽, 인도 등인 곳을 추천합니다. 대리만족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만 한 포만감도 없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