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십 하우스. ‘earthship biotecture’ 누리집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법학자이자 미식가인 프랑스인 앙텔름 브리야사바랭(1755~1826)이 한 말입니다. 한국에 미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인용돼 다시 언급하는 것조차 낯 뜨거운 말이죠. 하지만 이 말은 코로나19로 공간,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른 식으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머무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향유하는 공간이 곧 당신’이란 소리죠.
1970~80년대 고도성장기 때 집은 그저 하숙집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집은 재테크 수단이었죠. 이런 이유로 모두가 똑같은 구조인 아파트에 사는 게 이상해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부터 앞장서고 있지요. 앞다퉈 등장한 집 구경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집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 대상이죠. 천장이 높은 집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남다르는 얘기도 있습니다. 거주 공간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미국 뉴멕시코 타오스사막엔 ‘어스십 하우스’촌이 있습니다. 100채가 넘는 집은 폐타이어, 페트병, 빈 병, 알루미늄 캔 등 쓰레기가 건축자재입니다. 쓰레기가 자재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몸에 좋은 건 맛은 없다’와 유사한 뉘앙스의 논리, ‘의미 있고 지구 환경을 염려하는 건 촌스럽다’ 같은 건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어스십 하우스는 더없이 세련되고 아름답다는 게 방문자들의 평입니다. 환경주의자이자 건축가인 마이클 레이놀즈가 1970년대 시작한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로, 2000년대 들어 ‘어스십 커뮤니티’ 회원들이 지은 집들이 영국, 네팔, 스코틀랜드 등으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어스십 커뮤니티 회원들의 삶은 분명 아파트 거주민인 우리와 다를 것입니다.
이번주 ESC는 레이놀즈처럼 자신의 집을 짓는 이들의 얘기입니다. 지구에 폐가 되지 않는 목재가 건축자재죠. 이들의 선택에 대해 촘촘히 알려드립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