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우연히 골프를 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골프에 반감이 심했던 저는 단호하게 거절했더랬지요. 물론 전 여전히 골프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제게 ‘박세리’는 그저 국위 선양에 일등공신인 운동선수였을 뿐이었죠. 하지만 최근 부쩍 그에 대해 알고 싶어졌습니다.
한 케이블 티브이의 예능 <노는 언니>가 계기가 되었지요. 박세리를 포함한 골프, 펜싱, 수영, 배구 등 여러 종목에서 최고에 오른 여성 운동선수들이 마구잡이식 대결을 펼치는 게 방송 내용입니다. 흡사 달리는 기차와 무모한 승부를 겨뤘던 초기 <무한도전>을 보는 듯했지요. 출연진의 상쾌한 발언과 맑은 웃음은 코로나 블루를 이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맏언니인 박세리의 능글능글한 웃음과 멘트는 중년의 우울을 이겨내고 있는 제 친구와 닮았더군요.
언제부턴가 우리 방송계는 온통 남성 운동선수들 차지였습니다. 일찌감치 끼를 발휘한 강호동을 선두로 최근엔 허재까지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늘 의문이 들었죠. ‘은퇴한 여성 운동선수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 그들이 현업을 떠나 어떤 생각으로 ‘운동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탄탄한 근육과 센 힘을 키우려는 여성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요. 이제 여성은 더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운동하지 않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죠. ESC가 이런 흐름을 놓칠 리가 없습니다. 이번호는 ‘운동하는 언니들’에 대한 얘기로 꾸며봤습니다. 이들 못지않게 ‘힘이 센’ 소설가 김금희의 ‘식물 하는 마음’도 시작합니다. 이제 여성 마블 군단의 출현도 얼마 남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