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으로 열리긴 했지만, 세계적인 상황이 상황인지라 본의 아니게 도쿄올림픽을 대신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때 야구 만화를 안 보면 언제 보랴?
<내 어깨보다 높이>는 프롤로그에서 정규 리그 성적으로 반절 잘라 치르는 가을 야구 잔치의 백미 중 백미인 한국시리즈 최종전, 그것도 정규 이닝 9회를 6번이나 훌쩍 넘긴 연장 15회까지 끌고 간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나엘은 더는 동원할 투수가 없는 팀의 마지막을 책임지기 위해 숫자만으로도 아득해지는 마운드에 선다. 공 하나면 승리와 패배가 갈리는 상황에서, 평소 20구를 던지던 나엘은 70구를 던졌다. 얄궂게도 상대 팀 타자는 고교 야구부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줬던 친구 독고한. 한계 같은 상황에서 나엘은 과거 독고한이 조언했던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온 힘을 다해 투구를 한다. “내 어깨보다 높이.”
작품이 주목받았던 까닭은 오랜만에 나온 프로야구 만화여서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나엘이 ‘첫 여성 프로야구 선수’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그 점에만 지나치게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 야구 만화로서 충실하다. 다만 읽고 있노라면 현실 속 대한민국 여자 야구대표팀의 에이스인 김라경 선수가 생각난다. 그의 이름 앞에 ‘여자 프로 선수’라는 말이 특징으로 달릴 필요가 없는 날이 어서 오면 좋겠다는 심정이 든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