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가 출시한 ‘노 브랜드 버거’(단품 기준 1900~5300원)가 론칭 9개월 만에 매장을 30개로 늘렸다는 기사를 보고, 가성비가 이젠 잠시 떴다가 지는 트렌드나 일부 연령대
만 따지는 소비 패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성비나 가심비를 갖추지 않은 식품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는 거죠.
문득 지난해 9월 미국을 강타한 ‘치킨 샌드위치 전쟁’이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업체 파파이스가 지난해 8월 ‘크리스피치킨샌드위치’를 출시하자 그야말로 광풍이 몰아쳤는데요, 심지어 동나는 바람에 먹지 못한 이가 권총까지 꺼내 드는 소동이 벌어졌다는군요. 닭고기는 두툼하고, 빵도 도톰한데, 가격은 고작 4달러. 경쟁 업체들도 이 열풍에 편승해 유사한 버거를 출시했고, 곧 패스트푸드 전쟁이 벌어졌지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비교 댓글로 도배되다시피 했어요. 이런 댓글 놀이는 ‘소확재’(소소하지만 확실한 재미)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ChickenSandwichWars’로 검색하면 수천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습니다.
미국의 가성비 버거의 열풍도 곧 잠잠해질 겁니다. 늘 그래왔듯이 말입니다. 시대의 속도를 감지한 먹거리만 우리 곁에 남을 수 있다는 게 슬픕니다. 비 윌슨은 <식사에 대한 생각>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식단이 빠른 속도로 바뀌면서 인간 건강에 극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습니다. 비만 등 만성질환에 대한 우려인 거죠. 이런 시대에 세월아 네월아 글씨나 공들여 쓰는 일은 너무 한가해 보입니다. 캘리그래피 말입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해에 가당찮은 일이죠. 하지만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주 ESC가 소개하는 캘리그래피의 세계를 자세히 살피니 세상 속도와는 상관없이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있더군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