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기 확신으로 삶을 주도하는 여성이 대세입니다. 이들은 욕망에도 충실하지요. 이미 대중문화는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몇 주 전 끝난 드라마 <하이에나>의 주인공 정금자(김혜수)가 대표적이죠. 사랑도, 일도 자기 의지대로 끌고 갑니다. ‘듣보잡 변호사’란 조롱에 절대로 위축되지 않지요. 종국엔 원하는 바를 쟁취하고 맙니다. <아무도 모른다>의 주인공 차영진(김서형)도 집요한 근성과 단호한 실행력으로 극악한 범죄를 단죄합니다. 빛나는 자신감은 감동이죠. 최근 순항을 예고한 드라마 <굿캐스팅>의 백찬미(최강희)도 같은 범주입니다. 장정 한두명은 거뜬히 해치우는 국정원 요원인 그는 자신감이 넘칩니다. 한편 <하이에나>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한 <하이바이, 마마!>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만큼 ‘착하고 양보가 우선인 여자’ 차유리(김태희)를 내세웠다가 ‘폭망’ 했지요.
한동안 여자들은 수대에 걸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면 증후군’에 시달릴 만큼 자신의 성공을 의심했습니다. 운이 좋아서라고 했지요. 자신감은 금기였어요. 1978년 처음 거론된 가면 증후군은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 사기로 판명될까 봐 가면을 쓰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불안한 자기 확신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한 기제죠. <여자는 왜 자신의 성공을 우연이라 말할까>의 저자 밸러리 영도 가면 증후군 때문에 꿈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지금 대한민국 대세 드라마 주인공들은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실제 이런 이들을 주위에서 발견한다면? 이번 주 ‘키캡 놀이’를 쓴 유선주 객원기자는 딱 부러지거나 엄청난 발차기로 무장한 이는 아니지만, 정금자 못지않은 자신감을 내면화한 이죠.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탄탄하고 건강한 자기 확신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번 주 ESC도 충실합니다. 그에게 정금자 인스타그램 계정(@junggumza)을 재미 삼아 보라고 보냈지요. 이 계정은 김혜수가 직접 운영한 계정입니다. 그의 답은? ‘ㅋㅋㅋㅋㅋ 하이에나’.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더군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