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목 (우리말 샘) 뼈가 일자인 상태의 목. 컴퓨터 모니터, 책, 휴대폰 따위에 집중하여 목이 거북이처럼 툭 튀어나온 모양.
국어사전에 등재된 ‘거북이 목’의 정의입니다. 이 시대엔 ‘거북이 목’ 인종이 도처에 많습니다. 마치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거북이 목’ 인종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일까요?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영화 <신문기자>를 본 이들은 금방 맞힐 수 있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영화 제목 그대로 신문사 기자 대부분이 ‘거북이 목’입니다. 저도, 제 후배도, 제 동료도 비슷한 자세로 글을 쓰고 있죠. 심은경은 영화 출연 제안을 받고 신문사를 방문해 기자들을 살폈다고 합니다. 연기파 배우답습니다.
영화는 극적이진 않지만, 촘촘한 구성으로 이 시대 정의에 대해 따져 묻습니다. 언뜻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서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개운하지 않은 숙제가 남는 영화지요. 신문기자가 아니면 공감을 크게 못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강추’하는 이유는 세상의 불공정과 권력자의 더러운 작태가 여전하기 때문이죠. <써니>,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 아닌, 다른 심은경을 발견한 게 가장 큰 소득입니다.
몇 주 전 나른한 휴일 오후, <신문기자>를 보면서 구부정한 ‘거북이 목’ 자세에서 물개 박수를 치다가 허리를 쫙 한번 펴봤습니다. ‘거북이 목’에서 빠져나오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거실에 아담하게 놓인 화분 말입니다. 전 반려식물 키우는 인종은 아닙니다. 오래전 선물 받은 화분이죠. 따스한 햇볕을 받아 잎은 말랐더군요. ‘물 주세요’를 외치는 식물을 보고 더럭 겁이 났습니다. 행여 제가 죽일까 해서요. 하지만 이번 주 ESC의 다양한 식물 얘기를 읽고 나니 안심이 됐답니다. 저와 같은 분들이 많으실 테죠. 이 봄, 식물 사랑에 나서봅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