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지인이 전해주는 얘기가 한겨울 시린 이처럼 아프게 느껴지더군요. 지인의 친구는 대형 식당 6개를 운영하는 외식업자인데, 최근 좀처럼 매물로 나오지 않던 목 좋은 자리에 있는 작은 가게가 급매로 나와서 인수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코로나19 때문이겠죠.
전쟁, 자연재해 등 인류에게 닥친 위기는 세상을 재편하기도 합니다. 세계대전이 그랬고, 우리의 아이엠에프(IMF)가 그랬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우리 외식업도 빠르게 재편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버틸 여력이 없는 작은 식당들은 문을 닫을 겁니다. 주인의 삶의 기반도 무너지겠죠. 그가 만든 음식도 사라질 겁니다. 다양한 음식이 공존하는 환경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저는 할매 칼국숫집과 베트남 쌀국수집이, 탄두리치킨집과 남도 순천의 ‘풍미통닭’ 같은 집이 공생하는 사회에 살고 싶습니다. 재료는 같아도 맛은 다르지요. 맛은 평등합니다. 그런 차이를 경험하면 우리는 나와 다른 것에 차별의 덮개를 씌우긴 어렵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혀와 코로 인지한 앎은 자동 센서처럼 우리 디엔에이(DNA)에 새겨지기 때문이지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의 초석이 되겠죠.
코로나19와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음식 얘기나 한다고 타박하실 분도 계시겠죠. 송구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도에 사는 작은미미의 편지가 위로가 될까요? 인도 친구들이 그랬다는군요. “한국이라면 잘 이겨 낼 거야.” 이번 주 ESC는 근사한 편지는 아니지만, 편지를 쓸 때 꼭 필요한 문구에 대한 얘기를 준비했습니다. 자주 오자를 만드는 덜렁대는 비서의 생존 노하우로 탄생한 문구가 수정액이라고 합니다. 읽을수록 재미난 문구 얘기로 지금을 견뎌봅시다.
박미향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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