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집착하는 패션에 ‘향’이 있습니다.(이름이 ‘미향’이어서라고 놀리지 마세요!) 셔츠는 7년 전 산 것을 지금도 입고, 바지는 음식기자로서 산재 수준인 살집 때문에 싸구려 고무줄 바지를 입지만, 몸치장 향수만은 최고급(?) 사용을 지향한답니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강렬한 호감이 생성되는 마술 같은 향인 거죠. 시각이나 청각보다 후각의 기억력이 더 강하고 감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에는 많이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향은 때로 그를 추정하는 데 요긴하게 쓰입니다. 그의 현실, 음식을 포함한 다양한 취향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추론할 수 있지요. 식당 주방 찬모에게서 늘 진한 간장과 유사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말이죠. (굳이 <기생충>의 냄새론을 여기서 더 거론하진 않겠습니다.)
제가 향수에 집착하게 된 건 꽤 오래전입니다. 중학교 때였죠. 제 단짝은 유난히 ‘꽃향기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우정이 쌓이고 넘치게 만들었죠. 신이 그에게 준 선물이 때로 부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번은 그의 집에 놀러 갔는데 말이죠, 우연히 그의 옷장을 보게 됐어요. 곧 몸 냄새의 비밀을 알게 됐지요. 고가의 비누를 쌓은 옷더미 사이사이에 넣어두었더라고요. 어쨌든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저를 지배한답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 <향수>를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신선함도 잊지 않고 있지요. 봄철 땅을 뚫고 나온 냉이처럼 소재가 파릇파릇해 보였어요. 이번 주 ESC는 향수 ‘ESC’를 만든 이야기부터 우리가 몰랐던 향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득합니다. 곧 인간 조향사와 인공지능 조향사가 맞붙는 날이 올 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