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의 한 장면. 사진 <티브이엔>(tvN) 제공
“수고했어.” 짧고 굵은 목소리였습니다. 광역수사대 팀장 황하영(진서연)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팀원 차수영(최수영)에게 던지는 첫마디는 야멸찰 정도로 담백한 칭찬이었습니다. <오시엔>(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의 주인공들의 대화랍니다. 이들은 박하사탕을 살인의 증표로 삼은 연쇄살인마를 쫓고 있지요.
그런가 하면 기간제 교사를 통해 학교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조망한 <티브이엔>(tvN)의 드라마 <블랙독>의 두 주인공 박성순(라미란)과 고하늘(서현진)의 대화도 건조한 거로는 ‘황차’ 커플 못지않습니다. 선배 교사 박성순은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이 훌륭한 교사로 성장하는 모습에 대견한 마음이 들어도 짧게 “잘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다죠.
이 두 드라마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성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서는데, 거기엔 이들의 담백한 연대가 있지요. 한때 회자됐던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는 이제 ‘올드패션’입니다. ‘시스맨스’(시스터+로맨스)가 대세죠. 이들의 대화 방식에도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일’입니다. 일로 소통하고, 일로 칭찬하죠. 그동안 “형님~”이 ‘부당한 거래’로 이어지는 드라마를 자주 봐서인지 신선하더군요.
무인 자동차가 개발되는 등 세상이 바뀌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건 내 옆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나 홀로’ 살 순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인간관계야말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집요한 욕망이 된 지 오래죠. 최근 각종 성격검사가 주목받고 있는데, 그 기저엔 바로 인간관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ESC가 준비했습니다. 여러 가지 성격검사와 주의할 점을요. 자, 당신을 알면 당신 옆에 있는 사람과 ‘OO맨스’를 진심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