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엔 특별한 평양냉면(이하 평냉)이 있습니다. 9년 전 여름은 더위가 지금과 견줘 조족지혈 수준이었지만, 흐르는 땀에 불쾌해지긴 마찬가지였답니다. 평냉집에 줄 서는 것도 귀찮고, 중소기업 수준의 식당에서 겪은 괄시도 잊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숨은 평냉 고수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다 백령도를 발견했지요.
그 섬엔 10그릇 먹고도 또 생각이 난다는 평냉집들이 하나도 아니고 7곳이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요. 8월, 그 여름에 도착한 백령도에서 저를 제일 먼저 환대한 것은 점박이물범이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관광 명소 ‘피어39’에서 한껏 제 몸 자랑하는 바다사자와 대적할 만큼 예쁘고 아름답더이다.
백령도는 본래 해방 전엔 황해도 땅이었습니다. 북쪽이 고향인 평냉의 맛이 살아있더군요.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하는 점이 특이했어요. 지금도 평냉 얘기가 봄날 벚꽃처럼 만발하면 저는 그 섬, 백령도에 가고 싶습니다. 달곰한 해풍이 부는 두무진과 재회하고, 베일 것 같은 뾰족한 바위에 기대 유랑객마냥 부어라 마셔라 하고 싶어요. 그리움은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깊어만 가더이다. 인천항에서 배로 4시간 거리. 이웃집처럼 들락거릴 수 없는 곳이지요.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것에 더 애달파 합니다. 더 안달합니다. 제게 백령도는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선식 기자가 어느 날 툭 던지더군요. “백령도, 대청도 다녀오겠습니다.” 저 같은 대책 없는 먹깨비도 아닌 김 기자가 왜 백령도를? 속으로 생각했죠. “가을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섬, 백령도와 대청도를 고독하게 여행해보려고요.” 속으로 배시시 웃었습니다. 같은 섬도 사람마다 시선이 다르더군요. 이번 주 김 기자가 전하는 두 섬의 속살에 유혹당해 보시죠. 절대 후회 안 하실 거라 장담합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